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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와마 교수 "독·프처럼, 아시아판 '엘리제 조약' 필요한 때" [한미일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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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자인 이와마 요코(岩間陽子) 일본 정책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소프트한 압박을 계속해 온 바이든 외교의 성과를 일정 수준으로 제도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아시아에서 미국이 중심이 돼 연결망을 만드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마 요코 일본 정책대학원대 교수. 이영희 특파원

이와마 요코 일본 정책대학원대 교수. 이영희 특파원

이와마 교수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1963년 독일과 프랑스 간 체결한 '엘리제 조약'(독일·프랑스 화해협력조약)과 유사한 조약을 맺어 협력 관계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제사회 핵공유·핵협의 분야 권위자인 이와마 교수는 나토를 비롯해 미국과 아시아의 동맹 관계, 미국의 핵 관련 정책을 연구해왔다. 중앙일보와는 17일 대면 사전 인터뷰에 이어 한·미·일 정상회의가 끝난 후인 20일 전화 인터뷰가 이뤄졌다.

이번 회담을 어떻게 봤나.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한다고 해서 조금 더 '휴가 모드'를 기대했는데 넥타이를 푼 것 말고는 3국 정상이 압축적인 '비즈니스 모드'로 만난 셈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회담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를 골랐다는 데서 이번 회담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이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 의미'가 컸다고 본다. 
'아시아판 나토의 창설'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위기 상황에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을 설치하고 각국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평소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소통 시스템을 만든 것은 아주 의미 있다. 동아시아에서 유사 사태가 일어날 경우 결국 오키나와(沖縄) 등에 있는 일본 내 미군 기지가 허브가 될 것이니 3국 간에는 평소에도 제대로 소통해야 한다. 하지만 나토와 같은 조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어려운 이유는?
유럽은 '하나의 극장'으로 만에 하나 전쟁이 일어나면 유럽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아시아는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어 '집단 안보'라는 형식의 체계가 만들어지긴 어렵다. 단 일본과 한국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위기 상황의 경우엔 사실상의 운명 공동체와 같다. 따라서 한·미·일 3국의 안전보장 연계를 확실히 하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와 중층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는 형태로 가야 한다. 
워싱턴 선언에 근거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안은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  
일본도 미국과 협의 채널을 갖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핵 문제에 있어서도 함께 대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므로 한·미·일 3자 간 협의체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미국으로서는 한국 일각에서 주장했던 나토와 같은 형식의 '핵 공유'는 선택하기 어렵고,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한·일 사이에 독일과 프랑스가 60년 전 맺은 '엘리제 조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 왔다.
한·일 관계는 1990년대 '준(準)동맹(quasi alliance)'이라는 말이 나온 지 30년이 지난 오늘에야 비로소 방향성이 보이는 것 같다. 국제 정치의 변화로 '공동의 적'이 존재하고 경제적으로도 대등한 관계에 올라섰다. 과거 프랑스와 독일도 여러 차례 전쟁 했던 '가깝지만 먼' 나라였다. 하지만 양국이 유럽 안정화를 위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안전보장 협력을 넘어 문화적·사회적 상호 이해를 목표로 하는 '엘리제 조약'을 맺었다.
자민당 집권이 계속되는 일본과 달리 미국과 한국은 선거 결과에 따라 외교 정책도 달라진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이 더 협력해야 한다. 다음번 미국 선거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대 아시아 정책도 바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이 변해도 지역 내 안정을 지킬 수 있는 틀을 일본과 한국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 만일 한·일 관계가 또 악화하더라도 제도화한 협력의 틀이 있으면 회복이 보다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마 요코(岩間陽子)=일본 정책대학원대학 전략연구 프로그램 디렉터. 교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등에서 공부했다. 나토의 핵공유·핵협의 제도의 성립과 운용 및 미국의 아시아 핵 관련 정책 전문가다. 방위성 방위시설 중앙심의회 위원, 경제산업성 안보무역관리 소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핵의 1968년 체제와 서독』(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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