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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당뇨환자, 치료약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 낮아질 수 있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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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병원리포트 김형관·이희선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

국내 경증 환자 14만명 대상 분석
심혈관 사망 발생 위험 24% 차이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당뇨약 SGLT-2 억제제 중에서도 약제에 따라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이희선 교수, 고려대구로병원 최유정 교수 공동 연구팀(서울의대 임재현 박사과정)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SGLT2 억제제인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을 사용한 당뇨 환자 14만5504명을 추적해 사용 약제에 따른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효과를 비교해 발표했다.

당뇨병 치료약인 SGLT-2 억제제는 콩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유도하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를 억제함으로써 포도당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게 만들어 혈당을 낮춘다. 당뇨병 치료약 중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최초로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질환 감소 효과 연구는 그동안 주로 심근경색·뇌졸중 등 중증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나 서양인을 대상으로 해 경증 동양인 환자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연구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이를 분석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SGLT-2 억제제를 처음 처방받은 국내 경증 당뇨 환자 14만여 명을 사용한 약제에 따라 다파글리플로진 및 엠파글리플로진 그룹으로 나누고, 다른 요인이 심혈관 질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보정하기 위해 일대일 성향점수 매칭을 시행했다. 이후 약 2.1년간 추적 관찰해 ▶심부전 ▶뇌졸중 ▶심근경색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등 네 가지 질환의 종합적·개별적 발생 위험도를 두 그룹 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다파글리플로진 그룹은 엠파글리플로진 그룹보다 심부전 발생 위험이 16%,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발생 위험이 24% 낮았다. 이 차이는 두 약제가 각각 유도하는 신경호르몬 반응이 서로 다르고, 특히 다파글리플로진의 SGLT-2 친화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가설이다. SGLT-2 친화도가 높을수록 이 단백질과 잘 결합해 약물 효과가 증대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의 기전적 차이를 증명하려면 두 약제를 비교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뇌졸중 및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두 그룹에서 차이가 없었다. 네 가지 질환의 종합적 위험도는 다파글리플로진 그룹이 엠파글리플로진 그룹보다 약간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부작용 발생 여부로 평가한 약물 안전성도 동일했다. 연구팀은 “심혈관 질환 발생에 종합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두 약제가 동일하므로, 연구결과를 주의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김형관 교수는 “두 종류의 SGLT-2 억제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우선으로 권고되는 우수한 약제”라며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SGLT-2 억제제 연구에서 비교적 적게 다뤄졌던 동양인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은 경증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대규모로 분석했다는 데 있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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