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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밥상머리 가르침, 날 만들어"…귀국길에서야 父 얘기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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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발인과 하관식이 있던 지난 17일.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장지까지 함께한 조문객에게 일일이 악수하며 감사함을 전했고, 점심까지 남아 우거짓국을 직접 대접했다고 한다. 그날 오후 한·미·일 정상회의를 위한 출국길 전용기 안에서 윤 대통령은 부친에 대한 어떠한 언급 없이 정상회의 점검 사항만을 챙겼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정상회의에 부친상의 영향이 없도록 하려는 모습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7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발인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7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발인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등 미국에서 머문 지난 이틀(현지시간 17~18일)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수차례 애도를 표했다고 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숙소에 위로의 뜻을 담은 조화를 보냈고, 18일(현지시각) 윤 대통령과 함께 캠프 데이비드를 산책하면서는 “자상하면서도 엄한 아버지, 그리고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아버지를 뒀다는 점에서 우리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라고도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귀국길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사람”이라며 당시 산책의 뒷얘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본인 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산책할 때 국제정치나 그런 이야기는 안 하고 자기 이야기, 가족 이야기, 손주 이야기, 스태프 이야기 등을 한다”고 소개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뒤에서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일부 지인들에게 드러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부친을 언급하며 거론한 건 세 권의 책과 생전 식사 때 이야기였다. 윤 대통령은 특히 “아버지와 식사 중 대화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국가관, 경제관을 형성하게 됐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밥상머리 가르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취지였다.

한미일 정상회의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정상회의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또 윤 대통령이 언급한 세 권의 책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와 윤 교수의 저서 『한국경제 불평등 분석』,그리고 윤 교수가 번역한 『페티의 경제학』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중 『한국경제 불평등 분석』과 『페티의 경제학』을 부친의 하관식 때 봉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친 하관식에 봉헌한 부친이 남긴 저서 '한국경제불평등 분석'과 번역서인 '페티의 경제학'.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친 하관식에 봉헌한 부친이 남긴 저서 '한국경제불평등 분석'과 번역서인 '페티의 경제학'.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대학생 때 부친이 선물해준『선택할 자유』와 관련해서도 “대학생 때도, 검사로 임관했을 때도 아버지가 주신 이 책을 읽으며 학업과 공직에 임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원칙과 철학을 세우는 데 있어 부친의 가르침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였다.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들에 따르면 윤 교수는 『페티의 경제학』을 번역하며 두 번의 황반 변성을 겪었다. 17세기 영국의 경제학자였던 윌리엄 페티는 애덤 스미스의 분업론에 영향을 미친 석학이었지만, 한국 경제사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의 연구물이 라틴어로 쓰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윤 교수는 70대 중반에 접어들던 2005년 황반 변성으로 인한 두 번의 눈 수술을 치르면서도 『페티의 경제학』번역본을 출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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