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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실적부진 후폭풍…법인세 중간예납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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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수(국세 수입)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에 긴장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상반기 실적 부진 후폭풍이 그대로 반영되면 그만큼 법인세도 덜 걷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가운데 8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는 10월 말까지 연장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월 말 결산법인은 이달 말까지 법인세를 중간예납해야 한다. 중간예납은 상반기(1~6월) 실적에 기반해 추정 법인세액의 절반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이듬해 3~5월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중간예납이 부진할 경우 올해 세수 결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내년 예산 지출에도 제약이 따른다. 9월 초 세수 재(再)추계를 앞둔 상황에서 중간예납이 세수 상황판의 ‘바로미터’로 떠오른 이유다.

법인세는 상반기 세수에서 가장 뼈아픈 세목이었다.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법인세(46조7000억원)가 같은 기간 16조800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중간예납에 먹구름이 낀 근거는 상반기 부진한 기업 실적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4일까지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305곳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와 비교해도 6.7% 줄었다.

중간예납을 시작으로 내년 법인세수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 부진이 본격화한 게 올해 상반기라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자동차는 좋은 실적을 냈지만 반도체가 부진했고, 회복 속도도 느려 하반기 세수 흐름 예측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유류세 인하 조치를 2달 더 이어가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 세율은 휘발유(25%), 경유(37%) 모두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부담 완화 차원에서 10월 말까지 일단 2개월 연장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은 계속 오름세다. 휘발유 기준으로 유류세 25% 인하는 L당 205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 판매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폭까지 낮출 경우 휘발유 가격이 2000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에 연장을 결정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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