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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배터리 공장 짓는 中...“과잉 생산" 우려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배터리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며 과잉 생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설치된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의 전시물.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설치된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의 전시물. 로이터=연합뉴스

13일 외신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전기차ㆍ배터리 분야에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기술 스타트업, 배터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들까지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배터리 산업을 집중 육성 중인 중국 정부가 세제 혜택, 연구개발 자금 지급 등 각종 지원책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에너지 기업 ‘장시 주디안뉴에너지 테크놀로지’가 100억 위안(약 1조8300억원)을 들여 장시성에 연산 10GWh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며 “이런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중국 내 배터리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에너지 저장업’으로 등록된 업체 수는 약 10만 9000곳으로, 3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배터리 생산량도 증가했다. 2025년께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총 용량이 4800GWh로 내수 시장 수요의 4배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벌써 중국 배터리 업계에서는 가격 인하, 생산량 경쟁 심화로 인한 ‘치킨 게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체 난립으로 외려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필요 이상의 압박을 받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유명 식품업체 ‘난팡블랙세서미 그룹’이 자회사 ‘장시 샤오헤이 샤오미 푸드’의 업종을 식품에서 에너지 저장으로 전환하고, 35억 위안(약 64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는 등 전문 기술 없는 업체들의 막무가내식 진입도 문제가 되고 있다.

FT는 “지난 몇 년간 수만 개의 중국 기업이 전기차와 반도체 개발에 뛰어드는 것과 비슷한 ‘골드러시’가 일고 있다”며 “과잉 생산은 중국 배터리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업체의 난립은 결국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도 글로벌 상위 10대 배터리 생산업체 중 6개가 중국 기업일 정도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앞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상반기 CATL의 비중국 시장 점유율은 27.2%로 전년 동기 대비 6.7%포인트 늘었고, BYD 점유율도 0.4%에서 1.6%로 증가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해외 진출도 더 활발해 지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배터리 업체 신왕다(Sunwoda)가 헝가리에 약 3500억원을 들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EVE 에너지가 말레이시아 케다에 약 5600억원을 투자한 공장 기공식을 여는 등 그 움직임은 더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로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이 무척 치열해질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배터리 소재, 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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