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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전기차 등장? 테슬라도 홀렸다, 中배터리가 부린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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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그 성패를 가늠할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오는 9월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형 전기 SUV인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 사진 KG모빌리티

KG모빌리티는 오는 9월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형 전기 SUV인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 사진 KG모빌리티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전기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도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지난달 국내에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을 5699만원으로 확 낮췄다. 기존 모델 대비 약 2000만원 저렴한 것으로, 보조금을 받을 시 실구매가는 4000만원대로 내려간다. 테슬라의 이런 가격 인하 전략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로 대표되는 삼원계보다 저렴한 LFP 배터리를 중국 업체 CATL에서 공급받아 장착한 덕에 가능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LFP 배터리에 손을 뻗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경차 캐스퍼와 레이의 전기차 모델에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 출시할 예정이다. 2000만원대까지 가격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측은 지난 6월 “배터리 업체와 LFP 배터리를 공동 개발 중이며 2025년쯤 전기차 생산 라인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KG모빌리티 역시 다음 달 중형 SUV 토레스의 전기차인 ‘토레스 EVX’에 중국 BYD가 공급하는 LFP 배터리를 탑재해 3000만원대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LFP 배터리에 쏠리는 이런 관심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최근 스웨덴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지난해 LFP 배터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7.2%로 전년 대비 약 10%포인트 증가했다. 2020년 점유율이 5.5%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폭풍 성장’이다.

LFP 배터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NCM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한 가격과 긴 수명 때문이다. 350도 이상 고온에서 폭발하지 않아 안전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무게가 무겁고 주행거리가 짧은 탓에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기술이 진보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최근 개발한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당 230Wh(와트시)로 NCM(㎏당 250Wh)에 근접한다.

국내 업체들 발등에 불…재활용 쉽지 않다는 단점도

그간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왔던 국내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LFP 배터리는 중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LFP 배터리의 95% 이상을 중국 업체가 점유 중이다. 특히 CATL(42%)과 BYD(43%)가 80% 이상(지난 1~4월 기준)을 점유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가장 발 빠른 건 SK온이다. 지난 3월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이후 꾸준히 LFP에 투자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LFP 배터리를 적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공개했다. 중국 난징 공장의 일부 생산 라인을 LFP로 전환해 올 하반기 내 유럽 시장에 ESS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LFP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온 삼성SDI도 최근 입장을 바꿔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재 업체들도 바빠졌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LFP 배터리용 양극재를 개발 중이다. 2025년부터 연간 2만t의 LFP 양극재를 생산하고 2030년까지 연산 15만t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은 2025년부터 LFP 배터리용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고, 엘앤에프 역시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테슬라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을 지난달 국내에 출시했다. AP=연합뉴스

미국 테슬라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을 지난달 국내에 출시했다. AP=연합뉴스

다만 LFP 배터리는 아직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고 추위에 약하다.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비교적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이라며 “이 같은 소재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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