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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헤드폰 중에 어떤게 낫죠?…‘귀 박사’ 귀 지키는 꿀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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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정환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 

닥터 후(Dr.Who)

‘난청’은 노인들만의 병이 아닙니다. 게임·음악을 즐기며 헤드폰·이어폰을 끼고 사는 젊은 층에서 난청 발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청력 장애 환자 중 3명 중 1명은 10~40대입니다. 공연이나 경기 관람 뒤 일시적 난청이 오기도 하지요. 난청을 막는 ‘60·60 법칙’을 아시나요? 난청 전문의 ‘귀 박사’의 충고에 귀 기울여 보시죠.

이비인후과 최정환 교수가 11일 서울 노원구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비인후과 최정환 교수가 11일 서울 노원구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전국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약 80%가 동네 의원에 있다. 20%가 안 되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소수에 해당한다. ‘귀 박사’로 불리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최정환(50)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수의 길을 택한 이유에 대해 “수술도, 외래도 하고 싶어 대학병원에 남았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세 번 환자를 진료하고 한 달에 20건 정도 중이염 등 외과적 수술을 한다.

이비인후과는 귀, 코, 두경부 등 분과로 나뉜다. 최 교수 전공은 귀다. “아직 밝혀질 게 많은 어지럼증 등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귀에 병이 생겼다고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건 아니다. 귀 건강에 소홀해지는 이유다. 그런 사람들에게 최 교수는 “소음성 난청 등으로 한번 청력이 망가지면 돌이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귀 질환이 난청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청 환자는 2017년 54만8913명에서 2021년 74만2242명으로 35% 이상 늘었다. 2021년 기준 10~40대 환자가 전체의 31% 정도 차지한다. 최 교수에게 원인과 예방법을 물었다.

왜 젊은 환자가 느나.
“주로 소음성 난청을 앓는다. 게임·음악 등으로 장시간 이어폰을 착용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공연·클럽·스포츠 경기장 등에서 큰 소리에 노출된 뒤 잘 안 들린다고 찾아오기도 한다. 소음에 노출된 뒤 하룻밤 지난 후 난청 증상이 있다면 청력 검사를 해보는 게 영구적인 청력 장애를 막는 방법이다.”
이어폰과 헤드폰, 뭐가 낫나.
“둘 다 청력에 악영향을 준다. 이어폰을 썼을 때는 더 깊게 넣어 고막에 더 강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헤드폰은 귀 전체를 덮어 주변 소음을 억제하니 볼륨을 낮출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최근 ‘노이즈 캔슬링’(외부 소음 억제) 기능을 가진 헤드폰이나 이어폰의 경우 자체 볼륨 크기를 줄이는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이어폰을 잘 안 쓴다. 집에선 주로 스피커를 쓴다. 가능하면 스피커로 듣되 이어폰·헤드폰을 꼭 써야 한다면 한 시간 듣고 10분 정도는 휴식하라고 조언했다. 또 “시끄러운 지하철 등에서 이어폰 볼륨을 높여 음악 듣는 걸 피하고, 아주 큰 소리가 아니더라도 장시간 쓰는 걸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스트레스로도 난청이 온다. 갑자기 청력이 확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이다. 증상이 나타난 뒤 3일 안에 순음(단일 주파수를 가진 음)청력 검사를 해 3개 이상 연속된 주파수에서 30데시벨(㏈)보다 작은 소리를 못 들을 때 진단한다. 연령별로는 30~50대 환자가 많다. 최 교수는 “스트레스가 많고 면역 기능이 약해질 수 있는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쪽 귀가 다 안 들릴 수도 있나.
“돌발성 난청은 노인성 난청, 소음성 난청과 달리 대개 한쪽 귀에서 발생한다. 갑자기 안 들리거나 이명이 들리고, 귀 먹먹함 등 증상이 나타난다.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양쪽 귀로 오는 경우가 5% 미만으로 드물게 있는데 심각한 뇌경색이나 자가면역성 질환 때문일 수 있다. 위험한 응급상황일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은 빨리 치료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완전 회복, 불완전 회복,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3분의 1씩이라고 한다. 골든타임은 일주일이다. 최 교수는 “한 달 이내라면 귀 주사 치료 등을 할 수 있지만, 그 이상 됐다면 치료 효과가 약하다”고 했다.

난청이 치매 위험을 높이나.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 난청이 있는데도 방치하면 뇌에 가해지는 청각적인 자극이 줄면서 뇌의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 청력이 정상인 경우에 비해 경도, 중등도, 심도 난청이 있는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2배, 3배, 5배 이상 증가한다. 주기적인 청력검사로 보청기가 필요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 교수는 난청 환자를 진료할 때 최대한 조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경 쓴다. 문을 꼭 닫고 같이 온 가족에게도 가급적 말을 줄이도록 한다. 그는 “난청인은 상대방 입 모양, 표정, 제스처 등을 보고 의사소통한다”며 “모든 사람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있도록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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