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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변화가 불러온 고용통계 왜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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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손해용 기자 중앙일보 경제부장
손해용 경제부장

손해용 경제부장

지난 6월 20대 취업자는 377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4000명 줄었다. 단순히 보면 1년 새 20대 일자리가 10만개 이상 사라질 만큼 고용상황이 악화했다. 하지만 20대의 인구 증감을 보면 분석은 완전히 달라진다.

6월 기준 20대 인구는 613만5000명으로 1년 전 대비 19만5000명이나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6월 고용률 61.3%를 적용하면 ‘인구효과’(전년도 고용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인구증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취업자 증감분)는 -12만명이다. 쉽게 말해 인구 감소분을 고려하면, 20대 일자리는 고용 호조 덕에 되려 1만6000개 늘어났다는 의미다.

고령화·저출산 심화로 고용 통계에서 인구 변화가 만들어내는 착시효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에선 고용상황을 분석할 때 전통적으로 취업자 수 증감을 중시한다. 1년 전과 비교해 취업자가 늘면 개선됐다고 보고, 줄면 악화했다고 평가하는 식이다.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선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경상수지와 함께 핵심 지표로 거론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실제 과거에는 취업자 수가 한국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2000년대 들어 연간 취업자 수가 감소한 적은 딱 세 번. 카드사태 때인 2003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부작용이 본격화한 2020년 등 경제 충격이 컸던 시기다.

하지만 이젠 신규 취업자 수 하나만 보고 평가했다간 왜곡된 결론을 얻기 쉽다. 노동시장에 공급되는 인구가 과거처럼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시작된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세는 ▶올해 30만3000명 ▶2024년 34만3000명 ▶2025년 41만9000명 ▶2026년 43만명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폭이 커질 전망이다.

이제 경제정책 당국은 고용률·실업률 등 인구 변화가 반영된 고용지표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예컨대 20대의 6월 고용률과 실업률은 61.6%, 6.3%로 6월 기준 각각 역대 최고치와 최저치다. 전체 평균(63.5%, 2.7%)보다는 안 좋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20대의 고용시장이 활황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취업자 수 증감만 가지고는 파악하기 힘든 내용이다.

이와 함께 ‘고용의 질’을 살펴보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상용직’, ‘36시간 이상’ 일자리 취업자 비율 등을 활용할 필요도 커졌다. 공식 실업자 외에 자기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일하지 못하는 취업자, 근로의지는 있으나 개인 사정으로 일하지 못하는 잠재경제활동인구 등을 알 수 있는 각종 고용보조지표도 눈여겨봐야 한다. 조만간 도래할 신규 취업자 수 ‘마이너스’ 시대에 한국의 고용사정을 정확히 가늠해야 올바른 고용정책을 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