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네이티브 잉글리시] 노트북이냐 랩탑이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51호 31면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나의 직업인 기자와 같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는 바로 ‘노트북(notebook)’이다. 그런데 이 말은 영어와 한국어에서 각자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영어로 노트북은 한국어의 공책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대부분의 기자는 항상 공책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기사 작성 전에 필요한 사전 작업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한국에서 노트북은 매우 다른 의미로 쓰인다. 영어에서는 같은 의미로 ‘랩탑(laptop)’이라는 말을 쓴다. 한국식인 노트북 컴퓨터는 기자들이 이동 중에도 빠르고 효과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내보내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

laptop은 이해하기 쉬운 단어다. 테이블 없이도 무릎 위, 즉 앉았을 때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컴퓨터라는 뜻이다. 영어로 무릎인 lap과 위를 뜻하는 top을 붙여 말 그대로 무릎 위에 올려놓는 기기라는 의미를 가진다.

컴퓨터 노트북이 종이책과 크기가 비슷하다는 사실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브랜딩의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로 컴퓨터 노트북과 같은 기기들이 점점 더 작고 얇아지면서 많은 브랜드에서 제품 이름에 notebook 또는 book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삼성 갤럭시북과 도시바 노트북 라인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만 노트북이라는 표현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며, 일본에서도 종종 사용된다. 하지만 많은 영어권 국가에서는 기존 브랜드 이름 때문에 종이책 노트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영어로 notebook은 항상 종이책을 의미하기 때문에 laptop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

이렇게 한 제품의 브랜드가 서서히 그 제품 자체를 부르는 명칭이 되는 과정을 상표의 보통명사화(Generic Trademark)라고 하는데, 기존 제품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해외에서 의사소통할 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티슈를 의미할 때 크리넥스(Kleenex)라고 하거나 진통제를 원할 때 아스피린(Aspirin)이라고 표현한다. 영국에서는 후버(Hoover)가 진공청소기를 가리키는 단어로 쓰이는데, 실제 후버는 오래된 청소기 제조업체를 가리킨다.

미국 여행 중 누군가 여러분에게 크리넥스나 아스피린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해당 브랜드의 상품이 없다고 당황할 필요가 전혀 없다. 브랜드 상관없이 티슈나 진통제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로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