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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노인회 찾아 결국 사과…노인회장은 ‘사진 따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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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노인 폄하’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여명(餘命)에 비례해 투표해야 한다”는 본인 아들의 중학생 시절 발언을 소개하면서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킨 지 나흘 만이다.

김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르신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욱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그는 “어르신들의 헌신과 경륜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새겨듣겠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을 일으키지 않도록 더욱 신중히 발언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찾아 “이게 이렇게까지 비화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 어리석음이 있었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제 딴에는 아들과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투표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라고 한 것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퍼져 나갔다. 부족함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고 거듭 해명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노인 폄하 발언 사과를 위해 서울 용산구 노인회를 찾은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앞에서 ‘정신 차려’라고 외치며 김 위원장의 사진을 때리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노인 폄하 발언 사과를 위해 서울 용산구 노인회를 찾은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앞에서 ‘정신 차려’라고 외치며 김 위원장의 사진을 때리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에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앞으로는 나라를 위해 고생한 노인을 대우하고 대접하는 발언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사과를 받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천만 노인을 대표해서 내가 볼때기라도 때려야 노인들 분이 풀릴 것 같은데, 손찌검하면 안 되니 사진이라도 때리겠다”며 김 위원장 사진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인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혹시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고 하면 유감스럽다”고 밝혔을 뿐, 직접적인 사과를 피했다. 혁신위 대변인은 외려 “사과할 일이 아니다”(1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2일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언어를 잘 모르는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더 키웠다.

김 위원장은 사과 전날(2일)까지도 완강하게 버텼다고 한다. 혁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문제가 이상하게 정쟁으로 변했고, 우리가 자꾸 국민의힘 주장에 말리고 있다”며 “사과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자존심상 허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 안팎의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사과했다.

당내에선 “혁신위는 이미 죽었다”(수도권 초선 의원)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이낙연 전 총리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이는 등 몇 차례 설화를 겪었으나, 이번 ‘노인 폄하’ 논란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혁신위 내부에서도 “중요한 건 사과가 아니라 혁신위 위상이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이제 어떤 혁신안을 내놔도 의원들이 ‘당신이나 잘해’라고 할 것 아닌가”라는 탄식이 나왔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회의실 벽면 현수막에 ‘민주당의 혁신=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쓰고 민주당 혁신위를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은 혁신을 통해 민주당을 살리기는커녕 잇단 실언과 망언으로 민주당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며 “혁신위원장직 사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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