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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 노인폄하 사과…당내선 “혁신위 해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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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강원도민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강원도민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과 관련해 당내에서 혁신위 해체론까지 제기됐다. 대한노인회 등 노인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에 당 지도부가 공식 사과를 거부하는 김 위원장 대신 사과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2일 오전 휴가 중인 이재명 대표 대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주당 모든 구성원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혁신위원인 이해식 당 사무부총장과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이 곧바로 노인회를 찾아 사과했고 박 원내대표도 3일 직접 방문해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노인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과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노인회는 “950만 노인세대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무시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분노한다”며 “민주당은 노인 폄하 발언을 반복하는 치유할 수 없는 습관이 있는 정당인가. 노인회를 찾아와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사단법인 국가원로회의도 성명서에서 “어르신들 마음을 난도질하듯 찢어버리는 폭력이고 심각한 모욕적 발언”이라며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여명(餘命·남은 수명)에 비례해서 투표해야 한다”는 아들의 중학생 시절 발언을 소개하면서 “되게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동조해 구설에 올랐다. 양이원영 의원도 지난 1일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더 오래 살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김 위원장은 1일 밤 ‘인천시민과 대화’ 행사에서 ‘1인 1표’ 평등선거에 위배된  ‘노인 폄하’ 발언이란 노인 참석자의 항의에 “앞뒤 자르고 맥락을 이상하게 해서 말씀하는데 노인 폄하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혹시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면 유감”이라며 별도의 사과는 거부했다.

그는 이날 오후 춘천시에서 한 ‘강원도민과의 대화’에서도 “청년들이 투표장에 오게끔 투표권이 중요하다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해 있게 듣고 마음 상하신 어르신들이 계신데 진짜 그런 뜻이 아니었다. 상처가 됐다면 노여움을 풀면 좋겠다”며 “교수로 철없이 지내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정치적 맥락을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당사자인 양이 의원은 이날 오후 노인회를 방문해 “잘못된 표현으로 인해 어르신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정말 죄송하다”고 직접 사과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같은 날 대한노인회를 사과 방문해 김호일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같은 날 대한노인회를 사과 방문해 김호일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당내에선 총선 악재가 돌출한 데 대해 비판이 들끓었다. 홍정민 의원은 “연령에 따라 투표권을 차별하자는 건 비합리적 주장”이라며 “어르신들이 청년 시절을 거쳐왔기 때문에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할까”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도 “공식 기자회견으로 정중히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선 “혁신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별도로 1일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2~8일 개별 의원실에 공천 기준을 포함한 혁신방안 설문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으로 친전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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