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레벨3 선점 위해”…BMW·폭스바겐·벤츠 앞다퉈 中 달려간다

중앙일보

입력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크게 앞서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레벨3 등급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국제적 인증을 획득한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지난해 세계 최초로 레벨3 등급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국제적 인증을 획득한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2일 자동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독일 BMW 중국사업부는 지난달 말 중국 시장을 겨냥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 기술 검증에 착수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테크노드는 “적어도 내년 초에는 BMW가 선보이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콘텐트를 시청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레벨3는 스티어링휠(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어 운전의 주체가 ‘운전자’에서 ‘자동차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단계(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로 본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말 중국에서 ‘스마트 전기차’ 출시를 앞당기기 위해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Xpeng)과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중국 중산층을 겨냥해 2026년 현지 맞춤형 중형 스마트 전기차 2종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7억 달러(약 9000억원)를 투자해 샤오펑 지분 약 5%를 인수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두 회사뿐만 아니다. 앞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초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을 중국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일찌감치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자율주행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는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한 모델3·모델Y에 ‘FSD(Full Self Driving) 시스템’을 테스트할 수 있는 베타 서비스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FSD는 테슬라 고유의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레벨3 등급쯤으로 평가받는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처럼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중국에서 앞다퉈 도전장을 내미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 자율주행차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소비자의 관심이 높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의 판매량은 약 700만 대로 전년 대비 45.6% 증가했다. 시장 침투율(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비중)도 34.9%로 전년보다 11.4%포인트 늘어났다. 바이두·화웨이·알리바바 등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IT기업들이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플랫폼 시장 규모는 5억8900만 위안(약 1000억원)에 달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은 2025년 자국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1조 위안(약 1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지원 사격 중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레벨2 등급인데, 중국은 레벨3 차량을 최대한 일찍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차량과 도로, 클라우드가 원활히 연결되는 시범 도로를 1만㎞ 이상 조성했다.

지방정부에서는 이미 시범 사업이 활발하다. 바이두는 지난해부터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 내 시범 구역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미 레벨4 등급의 차량이 투입됐다. 중국 현지 시장에서 비야디 등 현지 브랜드에 밀려 ‘쓴맛’을 본 글로벌 업체들이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밀릴 수 없다는 각오로 뛰어드는 이유다.

지난 4월 상하이 오토쇼에 선보인 샤오펑의 전기차.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상하이 오토쇼에 선보인 샤오펑의 전기차.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관련 법령이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레벨3 등급부터는 주행 주체가 ‘시스템’으로 넘어가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 현재 상용화한 레벨3 등급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일본 혼다의 레전드 정도다. 각각 고속도로 특정 구간에서만 작동하는 등 제한을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깊다. 애초 올해 상반기에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에 레벨3 기능을 탑재해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출시가 미뤄진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속도 상향 검증과 안전, 사용자 편의성 등 검토할 사항들이 있어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며 “우선 기아 EV9 GT 라인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