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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튀기다 "일 못해"…'화씨 100도 습격' 미국인들이 사표 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극심한 더위가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더위로 인해 노동 조건이 악화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노동 현장의 사례를 전하며 폭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뉴욕에서 도로 포장 일을 하는 노동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뉴욕에서 도로 포장 일을 하는 노동자. 로이터=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주 도지시티에 있는 육가공업체 내셔널비프 도축장의 직원들이 무더위에 그야말로 익어가고 있다. 이들은 작업할 때 무거운 보호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보안경까지 쓴다. 장비를 소독하기 위해 화씨 180도(섭씨 82도)가 넘는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데, 도축장 안에는 제대로 된 냉방시설이 없다. 열기를 내뿜는 선풍기뿐이다.

캔자스·미주리·오클라호마주의 육가공업계 노조 대표인 마틴 로사스는 내셔널비프 도축장에서 일하는 직원 2500명 중 약 200명이 지난 5월 이후 일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예년 같은 기간보다 10% 많은 수치다.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서도 퇴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방에 에어컨이 설치돼있기는 하지만 패티를 굽고 감자를 튀기는 열기가 이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이런 이유로 그만둔 직원이 적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맥도날드 지점에서 20년간 일했다는 리아 로드리게스는 "매장 모든 곳에 에어컨이 있지만 주방의 온도계는 여전히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넘는다. 이전에도 여름엔 더웠지만 이렇게 기절할 정도로 덥지는 않았다"고 NYT에 말했다.

창고 노동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한 창고에서 지게차를 모는 세르시코브는 숨 막히는 더위 때문에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곤 해 올여름 두 차례나 응급실 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땡볕 아래에서 작업하는 농부들은 멀쩡히 자라던 농작물이 타죽는 상황까지 맞이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더위를 경고하는 안내판이 서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더위를 경고하는 안내판이 서있다. AFP=연합뉴스

NYT는 기록적인 더위가 노동 환경에 악영향을 미처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에서는 무더위에 따른 경제 손실이 2020년 1000억 달러(약 128조2000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2050년까지 연간 5000억 달러(약 641조)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온이 화씨 90도(섭씨 32.2도)에 이르면 생산성이 25% 하락하고 100도(37.8도)를 넘으면 70%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환경·노동경제학자인 R 지성 박 교수는 NYT에 "인간이 온도에 민감하고 열에 노출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 이번 더위로 우리는 폭염이 예상보다 더 여러 방식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7월에 이어 역대 최고 기온을 뛰어넘으며 더 더워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유럽에서도 무더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8월의 첫째 주인 이번 주는 미국 중부와 남부의 평원지대와 미시시피강 하류, 멕시코만 연안 일대에 무더위가 닥칠 전망이다. 특히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 일대의 기온이 전보다 더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최고 기온이 화씨 115도(섭씨 46.1도)를 넘어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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