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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얼음, 13년새 아르헨 면적만큼 사라져…미국선 ‘에어컨 없는 빈곤층’ 생존의 문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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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반구에 기록적인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겨울을 맞은 남극의 해빙(海氷) 면적이 역대 최소치로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남극 대륙의 해빙 면적이 1981~2010년 7월 평균 대비 260만㎢ 줄어들었다. 이는 남한 면적(10만㎢)의 26배며, 아르헨티나(278만㎢)와 맞먹는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보다 160만㎢ 더 작아졌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남극 해빙은 지구온난화로 가파르게 감소하는 북극 빙하와 달리 주기적인 증감 현상을 보이면서 2015년까지 매년 전체적인 면적을 넓혀 왔다. 그러다 2016년을 기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지난해부터는 급감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남극의 한겨울인 7월에도 해빙 면적이 늘지 않았을뿐더러 남극대륙 해안선 1만8000㎞ 전체에서 얼음 양이 줄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해빙 과학자 윌 홉스는 “전례가 없다는 표현을 뛰어넘을 정도로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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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남극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 생태계 교란은 물론, 지구 전체의 열 순환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한다. 해빙에서 자라는 해조류를 먹고사는 크릴새우와 물고기가 사라지면 이를 먹이로 삼는 고래·펭귄·바다표범의 생존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또 태양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하는 역할을 하는 남극 해빙이 줄면 어두운 바닷물이 태양열을 고스란히 흡수해 지구온난화 속도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

미국 중남부에선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집엔 에어컨이 없어 목숨을 잃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AP통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27일 연속 43도를 웃도는 동안 실내에서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에어컨이 없거나 에어컨 전원을 켜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AP는 “한때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에어컨이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에어컨이 없는 가정은 10곳 중 1곳이다. 보스턴대가 미국 115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빈곤층과 유색인종은 냉방시설 없이 폭염을 맞을 가능성이 부유층·백인 등에 비해 훨씬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백인 가구 중 에어컨이 없는 비율은 4% 미만인 반면, 흑인 가구는 15%에 이른다.

지난달 27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는 인디애나주 미시간시티로 이송하려던 경찰견 18마리 중 8마리가 차량 화물칸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고 CNN이 30일 전했다. 당시 시카고의 낮기온은 33.3도였는데 화물칸 에어컨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이어지는 일본에선 열사병 사망이 잇따르고 있다. 도쿄도 히가시무라야마(東村山)시에서는 지난달 29일 90대 남성과 80대 여성 부부가 침대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30일에도 70대 부부가 집 안에서 사망했다. 모두 실내에 에어컨이 꺼진 상태로 발견됐다. 야마가타(山形)현 요네자와(米沢)시에서는 지난달 30일 야외에서 학교 동아리 활동을 하던 여중생(13)이 열사병 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사망했다. 또 가나가와(神奈川)현 가마쿠라(鎌倉) 해안에서는 40대 여성이 텐트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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