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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폭염에 이틀새 최소 12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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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람 잡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밭일을 하던 노인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등 온열질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폭염은 다음 주까지 지속할 전망이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9일 오후 4시쯤 경남 남해의 한 텃밭에서 80대 여성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체온이 43도로 고열인 데다 의식·호흡이 없었다. 소방당국은 A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인은 열사병으로 추정됐다. 하루 전 경남 밀양에서도 비닐하우스 농사 일을 하다 쓰러진 50대 남성이 다음 날 숨졌다. 경북에서도 농사일을 하던 70~90대 4명이 사망했다. 30일 행정안전부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29~30일) 동안 온열질환으로 12명(추정 포함)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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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30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나흘간(26~29일)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255명이었다. 온열질환은 고온에 장시간 방치할 경우 뇌와 호흡기 등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특히 열사병은 치료받지 않으면 치명률이 100%에 달할 정도로 위험하다.

국내 255명 온열질환으로 응급실행…열사병은 치료 안하면 치명률 100%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40도 이상 오르는 열사병에 이르면 신체의 체온조절 기능이 고장나 오히려 땀이 안 나게 된다”며 “뇌에 손상이 오면서 의식을 잃게 되고, 전신의 장기에 문제가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증막 폭염은 다음 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강한 햇볕으로 낮기온이 오르고 높은 습도로 체감온도가 상승하는 등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 체감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31일과 8월 1일에도 전국 낮 최고기온은 30~35도, 아침 최저기온도 22~27도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쏟아지며 습도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소나기가 쏟아지면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지만 금세 더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가 쏟아지면서 습도가 크게 오르는 탓에 강한 햇볕이 곧이어 나타나면 체감온도는 금방 원위치를 회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해 이동 중인 2개의 태풍도 남쪽의 열기를 한반도에 유입시키고 있다. 특히 한반도 남쪽 해상에서 북서진하고 있는 6호 태풍 카눈이 예보대로 한반도 남서쪽을 통과하게 되면, 남쪽의 열기가 태풍의 회전 방향(반시계방향)을 따라 한반도에 유입되는 흐름이 이어질 조건을 갖추게 된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8월 2~9일 사이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23~27도, 낮 최고기온은 30~35도로 예상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폭염일수가 길었던 2018년 여름에 특히 온열질환자가 폭증했다. 올해도 폭염경보가 발표되는 날이 길어지면 환자가 대량 발생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더위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말고 야외작업 중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등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전북 장수군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해 4건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규모 3.5는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 세 번째로 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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