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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체 9명이었는데…폭염 속 밭일하다 어제만 6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3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기온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3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기온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 속 70대 이상 고령 농업인들이 숨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29일) 하루 공식 집계만 6명에 달한다. 지난해 1년간 온열질환 사망자(9명)의 67% 수준이다.

텃밭서 쓰러진 80대…체온 43도

경남도 등에 따르면 29일 오후 4시쯤 경남 남해의 한 텃밭에서 80대 여성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텃밭 인근에 살던 친인척이 쓰러진 A씨를 발견, 119에 신고했다. 당시 A씨 체온은 43도였다. 의식과 맥박·호흡이 없었다. 소방당국은 A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당시 남해엔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오전부터 자신의 텃밭에서 옥수수를 수확 중이었다고 한다. A씨는 10년 전부터 보행기를 쓰는 등 거동이 불편했으나 다른 만성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A씨 친인척은 경찰에 “(A씨가) 날도 더운데 오전부터 일을 했다. 요양보호사와 점심을 먹길래 오후에는 (일을) 안 하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점심 이후에) 밭에 보행기가 있길래 가보니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전남 나주에서 농부들이 대파 모종을 밭에 심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입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전남 나주에서 농부들이 대파 모종을 밭에 심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입니다. 연합뉴스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 급증  

경북에서도 농사일을 하던 70~90대 고령자 4명이 사망했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9일 오후 9시58분쯤 경산시 자인면 한 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70대 남성이 숨졌다. 이에 앞서 오후 5시8분쯤 문경시 영순면에서도 밭일하던 80대 여성과 같은 날 오후 김천시 농소면 과수원에선 80대 여성, 상주시 이안면 밭에서 90대 남성도 폭염 속에서 일하다 쓰러져 사망했다. 보건당국은 우선 경북 문경(80대 여성)과 상주(90대 남성) 사망 사례만 온열질환 추정 사망으로 분류해놓은 상태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하루 동안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70대 이상은 6명이다. 경북 문경‧상주 2명, 경남 남해, 충북 제천, 충남 서천, 전북 군산에서 각각 1명씩이다. 이들은 폭염 특보가 발효된 지역에서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36도를 기록한 가운데 농사일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온열질환 사망자가 9명 발생한 걸 고려하면, 올해 사망자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사망자는 앞으로 집계 과정에서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서 시민들이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서 시민들이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폭염 속 온열질환 사망 매년 반복  

찜통더위 속 농사일을 하던 고령 농업인의 사망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다수 농업인들을 폭염에도 농사일을 놓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동국대 예방의학교실과 내과학교실 연구팀이 발표한 ‘고온 노출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40세 이상 농업인 90명 중 67명(74.4%)이 ‘폭염주의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 중 19명(28.4%)이 ‘무시하고 논밭에서 일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전체 조사 대상자 90명 중 78명(86.7%)이 60세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 고령자 상당수가 “예전에도 괜찮았다”며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자체들은 폭염경보 땐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밭일 등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일손 부족을 이유로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 경남의 한 농민회 사무국장은 “손이 달려 어쩔 수 없이 무더위에도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에선 폭염과 같은 기후위기에 맞춰 현실적인 농업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행안부는 31일 재난대응정책관 주재로 관계기관, 지방자치단체와 폭염 속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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