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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 권 사면 루이비통 가방 드려요” 中 2030 잡기 나선 명품 브랜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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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루이비통 팝업스토어. 사진 Manner 위챗 공식 계정

상하이의 루이비통 팝업스토어. 사진 Manner 위챗 공식 계정

최근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중국 상하이의 유명 커피 전문점과 콜라보하여 선보인 팝업스토어가 화제다. 루이비통은 6월 25일부터 7월 9일까지 운영하는 상하이 팝업스토어에서 책 두 권을 구매한 고객에게 루이비통 로고가 새겨진 캔버스 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책 두 권을 구매하면 가방 한 개 증정. 언뜻 보면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행사. 그러나 중국 온라인에서는 적잖게 논란이 됐다.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가장 저렴한 책은 무려 290위안(약 5만 988원)으로 캔버스백 하나를 얻으려면 최소 580위안(약 10만 1970원)이 들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상하이 팝업스토어에서 책을 구입하면 증정하는 캔버스 백. 사진 소후

루이비통 상하이 팝업스토어에서 책을 구입하면 증정하는 캔버스 백. 사진 소후

특히 이번 팝업 스토어는 고객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루이비통은 상하이의 유명 커피 전문점 3곳과 협업하여 세 가지 테마의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세 곳 모두 다른 색상의 캔버스 백을 선보였다. ‘LV x PLUSONE’ 팝업스토어는 베이지색 캔버스 백을, ‘LV x MANNER’ 팝업 스토어는 민트색 캔버스 백을, ‘LV x METAL HANDS’ 팝업스토어는 빨간색 캔버스 백을 증정하는 식이다.

“가방 3개 다 모았어요” 中 SNS에서 ‘도장깨기’ 대유행

중국 SNS에서는 루이비통 콜라보 가방을 모두 모으고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다. 사진 샤오훙수

중국 SNS에서는 루이비통 콜라보 가방을 모두 모으고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다. 사진 샤오훙수

행사 기간 루이비통 팝업스토어는 캔버스 백을 얻기 위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SNS에서 세 가지 색상의 가방을 모두 수집하고 인증하는 게시물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소비자가 ‘도장 깨기’에 동참했다. 캔버스 백 하나를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건 기본이고, 수고비를 받는 구매대행부터 캔버스 백을 800위안(약 14만 520원)에 되팔이하는 리셀러까지 등장했다.

현지의 일부 언론은 이런 현상을 ‘젊은 세대의 어리석은 허영심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루이비통 팝업스토어는 ‘본말이 전도된 행사’라는 비판부터 ‘명품 브랜드가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 아니냐’라는 의문까지 다양한 의견이 등장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이번 행사가 명품 브랜드에 대한 중국 젊은 세대의 관심을 확대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채소 시장부터 6000원 대음료까지… 명품 브랜드의 ‘다가가기’

지난 몇 년간 다수의 럭셔리 브랜드가 중국에서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약 2000평 규모의 프라다 채소 시장이 상하이 도심에 문을 열었다. 채소를 사면 프라다 핸드백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고,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동안 중국의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모두 상하이에 모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펜디와 희차의 콜라보 메뉴. 사진 펑파이신문

펜디와 희차의 콜라보 메뉴. 사진 펑파이신문

지난 5월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가 중국 음료 체인 브랜드 ‘희차(喜茶)’와 콜라보 제품을 선보여 중국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희차는 행사 기간 38위안(약 6757원)짜리 콜라보음료 세트를 시키면 배지 혹은 컵 받침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해당 콜라보는 중국 SNS 플랫폼 웨이보(微博)에서만 4500만 건이 넘는 게시물을 생산해냈다.

‘2019년 중국 명품시장 소비자 디지털 행동 통찰’에 따르면 중국의 30세 미만은 전 세계 고급 명품 소비의 42%를 차지했으며 2025년에는 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중국 젊은 세대가 명품 소비 시장의 ‘주력군’이 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젊은 층의 명품 소비 동기 및 구매 의향에 관한 연구’는 중국 젊은 세대가 주로 립스틱과 같은 비교적 저렴한 사치품을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가 채소 포장, 음료 컵홀더, 캔버스백 등에 로고를 노출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젊은 세대의 소비관념이 변화하고 있다. 이들의 소비 행위에는 복잡한 동기가 숨어있다. 특히 이번 루이비통 팝업스토어에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 바로 580위안에 캔버스 백 하나를 구매하려는 이들보다 세 가지 색상의 캔버스 백을 모두 모으려는 컬렉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루이비통 캔버스 백 열풍을 단순히 ‘어리석은 허영심’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명품 브랜드가 이러한 마케팅을 펼치는 데에는 젊은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각인하고 잠재적인 소비자를 발굴하려는 목적이 숨어있다. 특히 명품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의 콜라보 팝업스토어는 새로운 소비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가 중국 젊은 세대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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