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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집회가 뭔지 보여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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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농민회총연맹.민주노총 등이 주도한 '11.22 폭력시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이 25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무려 8만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경찰이 필요 없는 집회가 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주말에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 자체가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라는 지적도 많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24일 한국노총 위원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전국적으로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그걸 어떻게 보나.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집회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집회를 통해 요구사항을 알리는 거다. 그러나 헌법에 폭력을 써도 된다는 말은 없다. 어떤 집회든 당연히 평화적이어야 한다. 자기의 요구사항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면 되겠는가. 폭력은 집회의 목적과 호소력을 떨어뜨린다. 시민을 보호하는 것도 집회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25일 집회도 비슷해지지 않겠나.

"평화집회가 뭔지 한번 보여주겠다. 이택순 경찰청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번 기회에 집회문화를 확 바꾸고, 다잡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이 청장은 집회 규모가 커서 불안해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다짐을 믿는다고 했다. 집회 현장에 경비.진압경찰을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교통경찰만 배치될 것이다."

-그래도 시민들은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고통스럽다.

"1000명 정도 되는 자율질서유지대를 만들었다. 이들이 세종로에서 프레지던트호텔까지 1m 간격으로 늘어서 질서를 유지할 것이다. 이건 집회 때마다 등장하는 폴리스라인이 아니라 민간 자율라인이다. 지방에서 오는 조합원들은 여의도와 남산에 차량을 주차시킨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광장에 모이도록 했다."

-8만 명이 모이면 도로까지 참석자들로 꽉 찰 것이다. 시민 불편이 불가피하지 않겠나.

"사실 집회를 열면서 '참석자가 너무 많으면 어쩌나'하고 걱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들에게 다소 불편을 끼칠 수 있다. 집회가 열리는 현장을 몇 번 가봤고, 경찰과도 상의했다. 참석자 규모를 봐가며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불편을 최대한 줄이겠다."

-군중심리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 아닌가.

"우리 요구사항을 드러내는 자리다. 폭력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집회를 하면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은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다. 대중에게 피해를 주는 요구사항이라면 요구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집회가 열릴 때마다 폭력사태가 빚어지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1980~90년대 초 총칼을 쥔 정권에 모든 국민이 대항했다. 시위를 하면서 돌을 던지는 등 폭력사태가 발생해도 시민들이 참고 묵인해 줬다. 지금도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그때의 전투적 조합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대가 아니다. 노조로 따지면 순수하게 노동조합 차원의 요구만 남았다. 그렇다면 노동운동도 순수 노동운동으로 가야 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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