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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이 100억 골칫거리 됐다…'묻지마 모노레일'이 부른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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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남 함양군이 2021년 4월 문을 연 '함양대봉산휴양밸리' 모노레일. 관광객을 태운 차량이 대봉산 정상까지 3.93㎞ 이어진 모노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 함양군]

경남 함양군이 2021년 4월 문을 연 '함양대봉산휴양밸리' 모노레일. 관광객을 태운 차량이 대봉산 정상까지 3.93㎞ 이어진 모노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 함양군]

대봉산 3.93㎞ 모노레일 깔리자 7만명 몰려 

경남 함양군은 2021년 4월 '함양대봉산휴양밸리'를 열었다. 각각 3.93㎞와 3.27㎞로 국내 최장 모노레일과 집라인(와이어 이용 시설)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발 1228m 대봉산은 남으로는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북으로는 10호 국립공원 덕유산을 동시에 볼 수 있다.

2012년부터 942억원을 들여 휴양밸리를 완공한 함양군은 모노레일에만 240억원을 투입했다. "1인당 1만5000원(성인 기준)만 내면 65분간 천혜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일 함양군에 따르면 지난해 대봉산휴양밸리에 약 22만명이 찾았다. 이 중 7만2000명가량이 모노레일을 탔다. 함양군 인구(3만7359명) 2배 수준이다. 함양군 관계자는 "주말엔 표가 매진일 정도로 모노레일이 인기"라며 "여기 온 손님이 군내 다른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숙박시설·음식점도 이용하기 때문에 모노레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함양대봉산휴양밸리 모노레일은 3.93㎞로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형 모노레일이다. [사진 함양군]

경남 함양대봉산휴양밸리 모노레일은 3.93㎞로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형 모노레일이다. [사진 함양군]

전국 65개 중 13개 '휴지'

전국이 모노레일 전성시대다. 자치단체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너도나도 도입하고 있다. 실제 모노레일 설치 후 관광객이 몰리면서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된 곳이 적지 않다. 반면 일부 시설은 수익성·안전성 논란이 일면서 가동이 중단돼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울산 울주군 신불산 모노레일이 대표적이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20억원을 들여 2018년 7월 11일 개통했으나 운행 첫날 전기 장치 이상으로 멈췄다. 이후 현재까지 5년간 운행이 중단됐다. 휴양림관리소 측은 ▶완전 철거 ▶부분 보수 ▶전면 재설치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현재 전국 65개 모노레일 중 13개가 기계 결함 등을 이유로 휴지(休止) 상태다. 5개 중 1개가 멈춘 셈이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모노레일은 2019년 12월 개장 이후 한때 연간 11만명(2021년 기준)이 찾으면서 지역 대표 명물로 떠올랐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욕지도 사고 8명 부상…"통영 명물→애물단지"

하지만 2021년 11월 28일 열차 추락 사고 이후 1년7개월째 방치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당시 열차가 5m 아래로 추락하면서 승객 8명이 다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바퀴 밑부분에 설치된 베어링이 열차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돼 탈선으로 이어졌다. 통영시는 운영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지난해 '전면 재시공에 최대 100억원이 든다'는 안전 진단 용역 결과가 나와 고민에 빠졌다.

부산 동구가 22억원을 들여 2016년 5월 운행을 시작한 '초량 168계단 모노레일'은 주민에겐 생활형 교통수단, 관광객에겐 관광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 3월 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 검사 결과 잦은 고장 등으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서 7년 만에 철거 위기에 놓였다. 동구는 내년 5월까지 23억2800만원을 투입해 경사형 엘리베이터로 교체하기로 했다.

부산 동구 초량168계단 모노레일. [연합뉴스]

부산 동구 초량168계단 모노레일. [연합뉴스]

남원시 "전임 시장 405억 빚보증 절차 위반" 

전북 남원시 남원테마파크에 있는 모노레일과 집라인도 문제다. 남원시가 2020년 6월 민간 업체와 협약을 맺고 425억원을 쏟아부어 지난해 8월 말 문을 열었지만, 입장객이 적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지난해 7월 취임한 최경식 남원시장은 사용 승인 허가를 미뤘다.

남원시는 지난해 8월 "전임 이환주 시장 때 시가 면밀한 수익성 검토 없이 업체가 빌린 405억원 채무 보증을 섰다"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실무자 5명을 징계했다. 이에 업체 측도 "개장이 두 달 늦어져 5억원 손해를 봤다"며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1월 28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모노레일이 탈선해 탑승자 등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출동한 119구조대가 탈선한 모노레일 주변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11월 28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모노레일이 탈선해 탑승자 등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출동한 119구조대가 탈선한 모노레일 주변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5년간 16건 사고…궤도운송법 개정안 발의

모노레일 붐이 일면서 사고도 늘고 있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운행 장애 96건을 제외한 궤도 사고(케이블카 포함)가 총 25건 발생했다. 이 중 모노레일 사고만 16건이다. 이 기간 궤도 사고로 1명(케이블카)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사고가 잇따르자 더불어민주당 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궤도 시설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시설 노후화와 정비 소홀 등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개정안엔 정밀 안전 검사를 5년마다 실시하고, 주요 설비 교체 시 안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담았다.

충북 보은군 갈목리 속리산 일원에 조성한 모노레일. [사진 보은군]

충북 보은군 갈목리 속리산 일원에 조성한 모노레일. [사진 보은군]

교통안전公 "안전성·사업성 고려해 추진"

한국교통안전공단 측은 "모노레일은 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직영하거나 민간 업체가 설치하는데, 대부분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설치 목적에 맞게 안전성·편의성·사업성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모노레일 설치 전 설계서 검토와 준공 검사, 매년 정기 검사, 직원 교육 등을 전담하고 있다.

정훈 한국교통안전공단 특수검사처 부장은 "모노레일은 300m 이내 짧은 거리 급경사지에 설치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라며 "다만 수송량이 적은 데다 1초당 1~1.5m밖에 못 가 레일을 길게 깔면 승객이 오래 기다려야 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보니 안전 관리 책임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하는 등 법적 조건이 까다롭고 인건비·유지비도 많이 든다"며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성이 나오지 않으면 예산 낭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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