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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너지는 학교 현장…교권 회복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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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0일 오전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전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초등생이 담임 폭행…신규 교사 사망 사건까지

정당한 생활지도 면책 등 종합 대책 마련해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달 6학년 학생이 담임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교사는 전치 3주의 상해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은 바닥까지 떨어진 교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교총은 “교사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무차별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참담하다”며 “교원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중대 교권 침해로 다루고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최근 20대 신규 교사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로선 타살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 학교 측은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니며 해당 학급에선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에 소셜미디어 등에선 해당 교사가 학교폭력과 관련해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 한국교총은 성명서에서 “정말 학교폭력 관련 학부모 민원이 원인이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하고 하루속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언·폭행 등으로 시달림을 당하는 교권 침해는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교원 폭행·상해는 1249건에 이른다. 각 학교에 설치한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심의 안건으로 올린 경우만 집계한 수치다. 이런 사건은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게 교육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의 문제 행동을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학생을 따끔하게 훈계하거나 학생 간 싸움을 말리는 과정 등에서 학생 인권침해나 아동학대로 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의 사기와 만족도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교총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6년 67.8%였던 교직 만족도는 올해 23.6%에 불과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에는 민형사상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데 교사 대다수(96.2%)가 동의했다.

선진국에선 학생 인권도 충분히 존중하지만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 보장과 교칙을 어긴 학생에 대한 처벌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교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다수의 선량한 학생에게 돌아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은 교권 회복을 위한 종합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