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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왜 안 막았나…"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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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차도 차량 침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현장에서 16일 군과 경찰, 소방당국이 합동으로 실종자 수색과 함께 배수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하차도 차량 침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현장에서 16일 군과 경찰, 소방당국이 합동으로 실종자 수색과 함께 배수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경찰, 오송 침수 참사 수사본부 편성 

경찰이 지난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에 대해 수사에 나선다. 도로 통제나 제방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등 여러 요인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17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송영호 충북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수사관 등 88명을 편성해 청주시 흥덕구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된 공사관계자와 공무원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오송 침수 사고로 지금까지 1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 사고는 지하차도에서 300여 m 떨어진 미호강 임시 제방이 터지면서 강물이 찬 지하차도 안에 자동차 여러 대가 갇히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

우선 장마철에 임시 제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관계자가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고가 나기 4시간 앞선 오전 4시10분쯤 ‘홍수경보’가 발령됐음에도 자치단체가 사고 구간 지하차도를 막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할 구역 주민대피와 시설물 등 안전 확보 책임이 있는 청주시, 해당 구간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충북도가 도로통제를 하지 않은 점 등을 희생자 유족을 비롯한 오송 주민이 지적하고 있다.

경찰은 미호강 임시 제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공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이날 현장 감식을 토대로 다수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보기로 했다. 유실 구간은 50~60m 정도다. 당시 주민 증언에 따르면 미호천교 신설 공사를 맡은 관계자가 오전 4시부터 굴삭기를 동원해 임시 제방을 더 높였다.

전국 곳곳에 홍수경보가 발령되는 등 물 폭탄이 쏟아져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국 곳곳에 홍수경보가 발령되는 등 물 폭탄이 쏟아져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임시제방, 교통 통제 등 사고원인 수사 

경찰 관계자는 “사고 위험을 알고도 적절한 조처를 안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목격자를 대상으로 임시 둑을 왜 쌓았는지, 붕괴할 조짐이 있었는지, 붕괴할 것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미호강 홍수 경보에도 300∼400m 거리인 궁평2지하차도 교통통제를 하지 않은 경위와 보고 체계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홍수 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와 충북도·청주시·흥덕구 등 관할 자치단체가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미호강 홍수를 관리하는 금강홍수통제소는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쯤 공유 문자를 통해 미호천교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미호천교가 계획홍수위인 9.29m(가교 기준)에 도달한 오전 6시31분엔 청주시 흥덕구에 전화를 걸어 “주민대피와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흥덕구 관계자는 이 내용을 오전 6시39분 청주시청 하천과와 안전정책과에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로는 통제되지 않았다. 충북도는 “사고 직전까지 도로 통제 매뉴얼에 따른 징후가 없었고, 강물이 2~3분 만에 유입하면서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하차도 차량 침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현장에서 군과 경찰, 소방당국이 합동으로 실종자 수색과 함께 배수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하차도 차량 침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현장에서 군과 경찰, 소방당국이 합동으로 실종자 수색과 함께 배수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법률전문가 “도로관리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가능” 

법률 전문가들은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박융겸 변호사는 “임시 제방을 만든 공사 관계자와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 현장 감리 등이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라며 “침수 위험이 있는 데도 교통 통제를 하지 않은 점은 중대시민재해 발생에 따라 죄를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체 사업장 외에도 공중이용시설을 운영하는 공무원이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하도록 규정했다. 박 변호사는 “관리상 결함 여부와 과거 침수 빈도가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지하차도를 포함한 오송~청주공항 간 도로는 2019년 12월 행복청이 건설 후 관리권이 충북도로 넘어왔다”며 “준공 이후 침수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호우가 내린 2020년 8월(시간당 최대 30㎜), 2022년 8월(시간당 최대 39.9㎜)에도 지하차도는 침수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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