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한국, 나토에 협력 보여줘…살상무기 지원 부정적 기조는 유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과 관련한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AP통신은 “윤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올해 방탄복·헬멧 같은 비살상(nonlethal) 군사 품목 공급을 더 늘리고, 지난해 1억 달러에 이어 올해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AP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한국의 협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은 나토 회원은 아니지만, 일본 등 몇 나라와 함께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로 꼽힌다면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나토 주도 신탁 기금에 한국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교수는 AP에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나토 파트너들과 한국의 연대를 보여준 것”이라며 “한국의 지원에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는 나토 국가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무기 판매, 전후 인프라 재건 계획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하여!”라고 쓴 윤 대통령의 방명록. [뉴시스]

살상 무기 지원에 부정적이던 한국 정부 기조는 큰 틀에서 변화가 없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NYT는 “한국은 그간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것을 꺼려 왔고, 살상 무기 지원을 거절해 왔다”면서 “한국 입장은 바뀌지 않은 것 같지만, 윤 대통령의 방문 자체는 주목할 만한(notable) 지지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NYT는 다만 “대규모 민간 공격이 있을 경우” 군사 지원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전하면서 그가 우크라이나의 부차·이르핀 지역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혐의가 제기된 지역이다.

김건희 여사가 같은 날 키이우 아동권리보호센터에서 한 아이를 안아주고 있다. [뉴시스]

로이터통신은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이라며 “그런데도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고려해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압력에는 저항해 왔다”고 전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브뤼셀자유대 한국학 석좌교수는 로이터에 “다른 아시아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를 거의 방문한 적이 없는 만큼 윤 대통령의 방문은 의미 있다”면서 “젤렌스키가 한국이 이 정도로 충분히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향후 한국이 막후에서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한·미·일 3국은 주요 국제 사안에 발맞추는 모양새가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2월 키이우를 방문했고, 한 달 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