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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현 정부도 중반엔 감사" 민주 "이러니 감사원 독립성 의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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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오른쪽)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연합뉴스

유병호(오른쪽)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국회에서 “현 정부도 (정권) 중반이 되면 감사를 받는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성이 핵심인 감사원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절대로 해선 안 될 정치적 발언”이라며 유 사무총장을 즉각 제지하고 나섰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출석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이른바 ‘감사완박(감사원 권한 완전 박탈)’ 법으로 불리는 감사원법 개정안과 관련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왜 발의된 것 같냐’고 묻자 유 사무총장은 “(정권) 중반부 되면 어차피 현 정부 사업도 감사 받는다”고 맞받았다.

감사원법 개정안은 감사원의 내부 통제를 강화해 정치적 중립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근 감사원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야당으로부터 ‘표적감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이런 식으로 답변을 하니까 감사원의 정치적인 독립성, 중립성을 의심받는 것”이라며 “너무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소위 위원장인 소병철 민주당 의원도 “굉장히 정치적으로 문제고 말이 안 되는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더했다. 소 의원은 “감사원은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감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지금 사무총장이 이 정부를 감사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유 사무총장은 야당 의원의 질책이 이어지자 뒤늦게 “정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소위에 여당에서는 정점식국민의힘 의원 한 명만 참석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정 의원은 유 사무총장 발언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박 의원이 “지금 여당 간사님도 웃고 계세요”라며 정 의원의 반응을 전하는 대목이 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무총장의 이 발언은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감사의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이런 시각의 결과가 바로 ‘정치감사’”라고 짚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이 발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다는 것”이라며 “뒤늦게 문제를 인정하고 ‘정정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의 감사원의 추락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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