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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기자 1명이었다…479억 민속촌, 매년 적자도 메꿔준다 [2023 세금낭비 STO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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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9일 낮 12시 충남 예산군 덕산면 내포보부상촌.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곳 주차장엔 노란색 버스 한 대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보부상촌 안으로 들어갔지만, 관람객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평일(목요일)인 데다 비까지 내려서인지 식당이 줄지어 있는 저잣거리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보부상촌에 머무는 1시간 동안 기자 외에는 관람객이 한명도 입장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부상촌에는 입장객이 한 명도 없어 썰렁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부상촌에는 입장객이 한 명도 없어 썰렁했다. 신진호 기자

2020년 7월 개장한 내포보부상촌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개장 첫해 1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매년 적자가 수억원씩 누적되고 있다. 보부상촌에서 발생한 적자 가운데 절반은 자치단체가 보전해준다. 충남도·예산군은 운영 업체에 적자를 보전해주기로 약속했다.

민간업체 위탁…적자 50% 충남도·예산군 지원

내포보부상촌은 조선시대 보부상 문화를 알리고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공공시설이다. 국비 183억원과 충남도 예산 236억원 등 479억원을 들여 6만3696㎡ 규모로 만들었다. 충남도와 예산군은 준공과 동시에 민간업체에 운영을 맡겼다. 업체는 보부상촌 시설 유지와 운영을 맡고 수익금의 50%를 가져가는 조건이다. 반대로 손해가 발생하면 예산군과 충남도가 공동으로 손실액의 50%를 보존해준다. 애초 3년이던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6년)로 연장됐다. 충남도와 예산군은 “코로나19 여파로 관람객이 찾지 않아 적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부상촌에는 입장객이 한 명도 없어 썰렁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부상촌에는 입장객이 한 명도 없어 썰렁했다. 신진호 기자

예산군에 따르면 내포보부상촌은 운영 첫해인 2020년 11억2600만원 정도 적자를 냈다. 손실액 중 절반인 5억6300만원은 충남도와 예산군이 절반씩 부담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위탁업체 분석에 따르면 입장객 20만명이 돼야 손익분기점이 될 수 있는데 당장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관람객 360여명…매년 줄어

보부상촌 관람객은 개장 첫해인 2020년(6개월) 3만8927명에서 2021년 16만3010명으로 증가했지만 2022년에는 14만9815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6월까지 6만5219명이 찾았다. 올해 입장객은 하루 평균 360여 명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부상촌에는 입장객이 한 명도 없어 썰렁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부상촌에는 입장객이 한 명도 없어 썰렁했다. 신진호 기자

충남도·예산군은 관람객이 적은 원인으로 콘텐트(볼거리·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국내 유일 보부상 관련 시설이지만 박물관·전수관·체험마당을 제외하고는 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공무원은 “30분만 둘러보면 더 이상 볼 게 없다. 다양한 콘텐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예산군의회 김영진 의원은 “위탁 업체와 계약 기간을 3년 연장했지만 올해 말까지 성과를 지켜본 뒤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예산군의회 "연말까지 지켜본 뒤 대책 마련" 

비싼 입장료도 논란이다. 내포보부상촌 공식 입장료는 성인 1만1000원, 청소년 9000원이다. 중고생 자녀 2명을 포함한 4인 가족 입장료가 4만원인 셈이다. 만 36개월 이상 미취학 아동에게도 입장료로 7000원을 받고 장애인·국가유공자도 8000원을 내야 한다.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부상촌에는 입장객이 한 명도 없어 썰렁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부상촌에는 입장객이 한 명도 없어 썰렁했다. 신진호 기자

이런 문제는 보부상촌 조성 단계에서부터 제기돼 왔다. 2018년 보부상촌 운영 계획 점검 당시 지방의회에서 위탁 운영의 문제점과 장기 운영 계획이 부실하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자치단체가 대형 문화시설을 지을 때 장기 비전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건물만 짓는 데 급급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볼거리 없다" 불만…충남도 "3~4년 지나야 흑자"

충남도 관계자는 개장 초기엔 적자가 나고 3∼4년 후부터 흑자로 돌아선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있었다”며 “입장료가 비싸 재방문을 꺼리게 되면 보부상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입장료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6월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홍성지역 유치원생들이 난간을 붙잡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신진호 기자

지난 2021년 6월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홍성지역 유치원생들이 난간을 붙잡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신진호 기자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하는 사업은 자치단체장 치적을 쌓기 위해 추진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까다롭게 진행하고 사업이 마무리된 뒤에는 지자체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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