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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프리고진 표적'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사실상 경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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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표적'이었던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을 경질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지난 2021년 12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지난 2021년 12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독립매체 모스크바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사 채널을 인용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공식적으론 러시아군을 계속 이끌지만,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직에서 해임돼 전쟁에 대한 발언권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지난 1월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맡은 이후 6개월 만에 그만두게 됐다.

매체는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대신 미하일 테플린스키 상장이 사실상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책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플린스키 상장은 지난해 6월 러시아 공군 총사령관을 맡았고, 지난 4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사령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나를 침공한 이후 5번째로 총사령관직을 맡게 됐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군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그의 직함은 러시아군 총참모장이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달 23~24일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이후 16일 만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반란 이틀 후부터 러시아 군부대를 방문하고 반란과 관련한 발언을 하는 모습 등이 공개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 공적(功績)을 두고 쇼이구 장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갈등을 빚었고, 이들을 납치하려 했지만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에 발각되자 무장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반란을 구실삼아 러시아군 고위 지휘관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있고, 그 책임으로 러시아군 최고 지휘관인 게라시모프 총참모장도 주요 역할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말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도시에르 센터는 러시아군·정보 당국 고위 관리들이 바그너그룹의 비밀 VIP회원 명단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러시아군 고위층이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을 알면서도 방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들도 숙청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 지난달 1일 러시아 남서부 볼고그라드 지역의 군사훈련장을 방문해 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 지난달 1일 러시아 남서부 볼고그라드 지역의 군사훈련장을 방문해 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러시아는 11~12일 동유럽 국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날선 위협을 가하고 있다. ‘푸틴 입’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에 있는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9일 텔레그램에 "우리 원전에 대한 나토 미사일의 공격 시도가 확인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남부·서부 등에 있는 원전과 동유럽 원자력 시설에 대한 동시 공격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영국이 제공한 스톰 섀도 미사일로 모스크바로부터 서쪽으로 약 300㎞ 떨어져 있는 데스노고르스크 원전을 공격하려 했다는 러시아 선전 채널 보도와 관련한 협박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러시아 주요 고위직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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