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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그림자 아이’ 27명…“수사의뢰 1000건 넘을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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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장애를 가진 아이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이모씨. [연합뉴스]

장애를 가진 아이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이모씨. [연합뉴스]

출생 미신고 아동(일명 ‘그림자 아동’)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수조사가 지난 7일 일단락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된 아동 중 임시신생아 번호가 남아있는 2015~2022년생 아동 2123명에 대해 전수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최소한 아동의 절반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9일 “현재까지 절반은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12일께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달 22일 감사원 발표로 촉발됐고, 일부는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전국 지자체가 수사 의뢰한 867건 중 ▶아동의 소재 확인 163건 ▶소재 불명 677명 ▶사망 27건이다. 사망 중 14건은 출산과 동시에 또는 직후에 사망해 수사를 종결했다. 나머지 13건은 범죄 혐의점이 있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13건 중 8건은 아기를 살해한 뒤 유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 냉장고 영아 살인(2명) ▶거제 암매장 사건 ▶김포 텃밭 암매장 사건 ▶광주 쓰레기봉투 유기 사건 ▶대전 하천변 유기 사건 ▶부산 기장 암매장 사건 ▶용인 야산 암매장 사건 등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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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동기로는 경제적 요인이나 출산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 등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용인 야산 암매장 사건과 과천 사건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는 게 동기였다. 과천 사건은 사망 뒤 시신을 유기했고, 용인 사건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살해한 뒤 유기한 사건이다. 김윤신 조선대 의대(법의학) 교수는 “원치 않게 임신해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게 범행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번 수사로 영아매매, 대리모 출산 범죄도 드러났다. 영아유기 혐의로 입건된 김모·이모(이상 20)씨는 2021년 12월 낳은 딸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아이를 데려간 사람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모(38)씨는 대리모 의뢰자로부터 3500만원을 받고 2016년 10월 아들을 출산해 넘긴 혐의(아동매매)로 입건됐다. 생명윤리법상 단순 대리모 출산은 공소시효가 5년이다. 하지만 아동매매 혐의가 적용되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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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당국은 고심이 깊다. 지난 한 주간 매일 200건씩 수사 의뢰가 들어왔고, 앞으로도 수사 대상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건 자체가 오래돼 범행의 공소시효가 끝났을 가능성이 크고, 범행 사실을 확인해도 아이의 시신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경찰 관계자는 “최종 집계가 끝나면 수사 의뢰가 1000건을 넘을 것 같다”며 “최소한 8월 말까지는 수사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수조사 대상은 2015~2022년생이었다. 조사의 단서가 된 임시신생아 번호가 완비된 게 2015년이다. 그 이전에 출생한 아동에 대한 조사는 과제로 남았다. 실제로 경기도가 자체 시스템을 활용해 2009~2014년 출생 미신고 아동을 뽑아봤더니 3454명이었다. 이는 2015~2022년의 624명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2015년 이전 아동은 조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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