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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vs양념치킨, 맥주 궁합 다르다…"이 조합은 피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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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부르는 계절 여름이다. 무더위에 지쳤을 때도, 긴 장마의 고온다습한 날씨에도, 시원하고 청량한 맥주 한 잔을 대체할 음료가 있을까. 맥주의 계절 여름, COOKING이 시원한 맥주 이야기를 준비했다. 매주, 한국인의 라거 사랑부터 맥알못을 위한 맥주 취향 찾는 법, 맥주에 어울리는 메뉴 페어링 하는 팁을 소개한다. 두번째는 맥주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페어링 이야기다.

② 페어링 

치킨이든 피자든 햄버거든 술은 맥주다. 사진 pixabay

치킨이든 피자든 햄버거든 술은 맥주다. 사진 pixabay

정했다,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 그게 아니라면 피자나 햄버거여도 좋다. 셋 중 뭘 먹어도 좋으니 술도 한 잔 곁들여야겠다. 치킨이든 피자든 햄버거든 술은 정해져 있으니까. 바로 맥주다. 오해가 있을까 덧붙이면, 다른 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원한다면 소주를 택할 수도 있고 스파클링 와인을 고를 수도 있다. 그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치킨·피자·햄버거와 가장 어울린다고 확신하는 술이 맥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다.

맥주의 단짝 친구 ‘치킨・피자・햄버거’
확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맥주의 단짝이라 불리는 치킨·피자·햄버거의 공통점을 보자. 종류에 따라 재료도 조리법도 풍미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분명히 있다. 기름지고 무겁다는 것이다. 또 계속 먹으면 질린다. 수제맥주 브랜드인 세븐브로이의 김희상 브루마스터는 맥주와 그 단짝이 어울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치킨·피자·햄버거를 탄산이 있는 맥주와 함께 먹으면 맥주가 혀를 ‘클린징’하는 역할을 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SK 뉴스쿨에서 비버리지 교육을 담당하는, 복싱타이거의 오너 바텐더 김형규 대표의 의견도 같은데, 여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붙는다. “치킨・피자는 물론이고 수제버거 역시 혼자 먹기에 양이 많다. 또 우리는 음식을 일행과 나눠 먹는 문화가 있다. 여럿이서 떠들썩하게 나눠 먹다 보면 자연스레 맥주가 당기게 된다.”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맛도 더 좋게 느껴진다. 실제로 맥주 테이스팅은 분위기에 좌우되기도 한다고 김희상 브루마스터는 말한다. “치킨·피자·햄버거와 맥주를 함께 마시는, 그 편안하고 경쾌한 분위기는 맛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이다.

치킨은 탄산이 있는 맥주와 함께 먹으면 맥주가 혀를 ‘클린징’하는 역할을 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사진은 치킨과 'BBQ 비어'. 사진 제너시스BBQ

치킨은 탄산이 있는 맥주와 함께 먹으면 맥주가 혀를 ‘클린징’하는 역할을 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사진은 치킨과 'BBQ 비어'. 사진 제너시스BBQ

흥겨운 분위기에서 마시는 맥주는 연이어 다음 잔을 부른다. 맥주의 ‘음용성(drinkability)’이 다. ‘음용성’이란 여러 잔 마시기에 부담이 없는 것을 뜻하는데, 주로 발란스가 좋은 맥주가 음용성이 좋다. 맥주의 발란스는 원료인 홉에서 오는 쓴맛과 맥아에서 오는 단맛의 조화에 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는 “단맛이 강한 음식과 함께 쌉싸름한 쓴맛의 맥주를 마시면 발란스가 좋은 푸드 페어링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말한다.

‘익숙한 맛’도 음용성에 들어간다. 김형규 대표는 “새로운 도전보다 기존에 알던 익숙한 맛, 그리고 적당한 가격이 주는 접근성과 친근한 브랜드의 이미지도 음용성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알코올 도수는 어떨까? 도수가 높으면 여러 잔 마시기 힘들다. 같은 맥주 스타일 안에서도 도수 6% 이하의 맥주에 세션(session)이라는 용어를 붙이는데, 이는 마시기 편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 도수를 5% 정도로 만든 IPA는 음용성이 좋은 세션 IPA다.

깔끔하게 입을 씻어주는 라거 vs 풍미를 올려주는 에일
그런 의미에서 음용성이 높은 맥주는 대체로 ‘라거’다. 물론 라거 중에서도 알코올 도수가 높거나 한가지 특징이 과도하게 강조된 것은 상대적으로 음용성이 낮다. 하지만 우리는 맛이 깔끔(clean)하고 목마름을 해소(quench)해줄 시원함이 라거의 기본값이라고 느낀다. 치킨과 피자가 죽죽 들어가고 술은 술술 넘어가게 만드는 그런 라거 말이다.

라거의 특징은 맥주의 제조공정을 알면 더 이해가 쉽다. 맥주는 사용하는 효모에 따라 종류가 구분된다. 보통 에일의 상면발효를 책임지는 효모와 라거의 하면발효를 맡은 효모로 나뉜다. 에일의 효모는 따뜻한 온도를 좋아한다. 발효 중에 효모가 떠올라서 ‘상면발효’라 한다. 반면 라거의 발효는 저온에서 이뤄지며 효모가 바닥으로 가라앉아 ‘하면발효’다.

맥주 전문가 랜디 모셔가 쓴 책 『맥주의 정석』은 발효로 인한 라거와 에일의 주된 풍미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섭씨 4도에서 7도 사이에서 발효되고 거의 어는점에서 숙성되는 라거는 과일향이나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없는 비교적 깨끗하고 순수한 풍미를 가진다.” 반면 에일의 효모는 섭씨 13도가 넘는 따뜻한 온도에서 빠르게 발효하면서 과일향과 향신료, 곡물의 풍미 등이 풍부하게 추출된다.

에일이 어떤 맥주인지 잘 짐작하기 어렵다면 다음의 묘사를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호주의 주류 전문가가 쓴 책 『술 잡학사전』은 에일을 “구릿빛으로 피부를 태운 섹시하고 열정적인 사교가”에 비교하고 있다. 김형규 대표의 표현도 흥미로운데 “음색이 독특하고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고 한다. 이런 에일을 치킨・피자・햄버거와 페어링하면 어떨까? 에일이 가진 개성 있는 향과 씁쓸한 홉의 풍미가 기름진 맛은 덮어주고 양념의 맛은 더 끌어올려 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짝 페어링에 에일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페어링이 실패할 때다. 국제공인 맥주전문가(Certified Cicerone)이자 수제맥주를 수입하는 윈비어의 석진영 대표는 페어링에 있어서 에일의 특징은 분명한 강점이 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고 말한다. “잘못하면 음식 맛을 죽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생선회에 스타우트를 페어링하는 것처럼 말이다. 취향의 문제도 있다. 에일의 개성 강한 향과 쓴맛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다. 김형규 대표는 “맥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 중에서도 에일 특히 IPA는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다. 주로 라거의 청량하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경우”라고 말한다.

치맥·피맥·햄맥 맛을 한층 올려줄 맥주는?  

시원한 맥주도 햄버거의 맛을 한층 올려준다. 사진 pixabay

시원한 맥주도 햄버거의 맛을 한층 올려준다. 사진 pixabay

맥주 시장을 차지하는 비율도 라거가 월등히 높다. 김희상 브루마스터는 “전세계 맥주시장은 라거가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언급하는 맥주의 80~90%가 라거다. 이런 현상은 국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그는 “다양한 라거 중에서도 국내 라거 시장은 라이트한 페일 라거(Pale Lager)가 대부분”이라면서 “페일 라거에 익숙한 사람들이 외국, 특히 유럽을 여행하며 라거를 마신 후 라거가 에일 같은 맛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도 덧붙인다.

게다가 라거를 취급하는 곳은 다국적 기업이 많다. 석진영 대표는 “라거는 대량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기 적당한 술이다. 원재료도 에일보다 적게 들어가 더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측면이 있고 마케팅 규모도 크다. 또 가격도 적당한 편”이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수제맥주 브랜드는 에일에 집중하는 면이 있다. 김형규 대표는 “개성 있는 수제맥주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에일을 선택하는 분위기기가 있다. 에일의 풍미를 강점으로 세운 브랜드다”라고 덧붙인다.

그런데 최근의 트렌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김형규 대표는 “치킨이나 피자, 햄버거의 새로운 보조 역할을 해줄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게 요즘 추세”라면서 “치맥·피맥·햄맥을 오랫동안 라거와 즐겨왔다는 것은 죽 같은 맛을 먹어왔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맥주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랜디 모셔는 책에서 “에일의 효모는 수백 개의 종이 있지만, 라거의 효모는 단 두 종”이라고 쓰고 있다. 석진영 대표는 “에일과 달리, 라거는 효모가 가진 캐릭터로 맛을 내는 효과가 한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석 대표는 “라거를 페어링의 범위로 보는 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다. “라거의 특징은 청량하고 심플한 맛이다. 즉, 음식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치킨·피자·햄버거가 가진 맛을 건드리지 않는 게 라거의 역할이다. 술과 음식이 어우러지며 서로의 맛을 살려주는 페어링보다 음식을 계속 먹게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맛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지금 시대와 제법 잘 어울리는 맥주는 에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에 없던 색다른 향과 맛을 더할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자 그럼, 단짝과 어울릴 새로운 맥주의 페어링은 어떻게 해야 잘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이것저것 마셔보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은 없다. 생선회와 스타우트의 조합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은, 둘 다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다. 석 대표는 “페어링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먹는 건 스스로 학습하는 경험이고, 그 경험을 통해 취향을 만들고 자기만의 조합을 만드는 게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라고 전한다.

늘 먹던 맥주만 마셨다면, 그래서 페어링이 어렵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 맛의 경험치가 아직 짧다면, 페어링이 되어 나오는 제품을 선택해보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맥주와 단짝 음식을 페어링한 콜라보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 예를 들면 비비큐는 2021년 수제맥주 브랜드인 제주맥주와 손잡고 페어링 캔맥주 ‘치얼스’를 선보였고, 2022년에는 수제맥주사인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함께 자체 수제맥주인 비비큐 비어를 출시했다. 라거와 에일을 모두 취급하는 비비큐비어다. 또,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2021년 아예 수제맥주 브랜드인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해버렸다. 교촌에프엔비는 얼마 전에 열린 ‘2023 서울 국제 주류&와인 박람회’에 참가해 문베어브루잉의 신제품인 ‘문베어 소빈 블랑 IPA’와 ‘문베어 모스카토 스위트 에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치킨 업계만 맥주 페어링을 하는 게 아니다. 도미노피자는 2021년 구스아일랜드 IPA를 한정 판매한 적 있다. 도미노피자 상품기획팀 배상희 팀장은 “구스아일랜드 IPA는 영국 스타일의 밀맥주다. 구스아일랜드 IPA가 가진 홉의 알싸한 향과 상큼한 오렌지 향의 은은한 단맛이 도미노피자의 고소한 치즈와 프리미엄 토핑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기업과 수제맥주의 콜라보레이션도 많아지고 있다. 홍보와 마케팅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 어려운 수제맥주 브랜드에서 콜라보레이션 같은 아이디어 마케팅을 많이 진행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김형규 대표는 “콜라보 제품에 상업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맥주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실제로 훌륭한 맥주도 많다. 또, 이런 시도들이 는다는 것 자체가 맛의 다양성이 열리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전문가에게 추천받은, 치맥・피맥・햄맥 페어링  

치즈가 풍성한 치즈 크레이프 샌드 피자는 앰버 에일과 잘 어울린다. 사진 도미노피자

치즈가 풍성한 치즈 크레이프 샌드 피자는 앰버 에일과 잘 어울린다. 사진 도미노피자

호감이 취향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만의 취향이 공고해지기 전까지, 맥주와 단짝 페어링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합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김형규 대표는 “불맛이 나는 훈연향 짙은 수제버거는 IPA나 가벼운 페일 에일과도 잘 어울리는데, 나 같은 경우는 스타우트와 페어링한다. 피맥으로는 하와이안 피자에 IPA를 추천한다. 하와이안 피자의 기본 토핑은 파인애플과 햄이다. 달콤한 맛이 있는 피자인데, 단맛을 계속 먹으면 물리기 때문에 쓴맛이 강한 IPA를 함께 마셔주면 좋다. 치맥으로는 바짝 튀긴 치킨을 주로 먹는데, 이때는 탄산 많고 상쾌한 라거가 가장 무난하다”고 말한다.

석진영 대표는 “매콤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맛이 있는 양념치킨을 세션 IPA와 페어링한다”고 대답했다. 세션 IPA는 향긋한 홉 향이 있으면서 쓴맛이 강하지 않고 도수가 낮아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맥주다. 석 대표는 “보통 쓴맛이 더해지면 매운맛도 더 강하게 느낀다. 양념치킨과 세션 IPA는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나에게 최적화된 메뉴”라고 덧붙였다. 또, 햄맥으로는 칠리소스가 더해진 치킨버거에 사워 비어를 추천했다. “신맛이 나는 맥주를 사워 비어(Sour Beer)라고 한다. 단맛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 플랜더스 레드 에일(Flanders Red Ale)은 단맛이 있는 사워 비어다. 새콤달콤한 칠리소스가 더해진 치킨버거에 플랜더스 레드 에일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의 추천은 프라이드치킨과 보헤미안 필스너(Bohemian Pilsner)다. “보헤미안 필스너는 피니시가 깔끔하고 홉의 쓴맛이 강한 편이라 기름진 치킨과 먹기에 적합하다. 햄맥으로 가장 잘 알려진 페어링은 아메리칸 페일 에일(American Pale Ale)이다. 홉에서 오는 쓴맛이 햄버거의 느끼함을 잘 잡아줘 안성맞춤이다. 피자는 메뉴에 따라 토핑이 다양해서 페어링을 정하기 어려운 음식 중 하나지만, 독일 남부에서 상면발효하는 밀맥주 바이젠(Weizen)이나 묵직하고 도수가 센 바이젠 복(Weizenbock)을 함께 페어링해도 좋을 것 같다.”

도미노피자 상품기획팀 배상희 팀장은 자사 피자와 어울릴 맥주를 추천했다. “예를 들어 ‘치즈 크레이프 샌드 피자’는 풍성한 치즈가 메인인 피자다. 치즈 맛과 어울릴 미디움 바디의 앰버 에일(Amber Ale)과 잘 어울린다. 도미노의 시그니처인 ‘블랙타이거 슈림프 피자’는 해산물이 들어간 피자라. 상대적으로 라이트한 페일 에일(Pale Ale)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스테이크 피자’는 커피와 초콜릿, 캐러멜 향이 나는 진한 스타우트(Stout)를, ‘포테이토 피자’는 라거와 필스너가 잘 어울린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도움말=세븐브로이 김희상 브루마스터이자 부사장, SK 뉴스쿨 F&B학과 비버리지 교육 담당 및 복싱타이거 김형규 대표, 국제공인 맥주전문가(Certified Cicerone) 석진영 윈비어 대표
참고도서=『맥주의 정석』『술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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