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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만 어울릴까…안주는 바뀌어도 맥주는 라거, 그 이유는 [쿠킹]

중앙일보

입력

맥주를 부르는 계절 여름이다. 무더위에 지쳤을 때도, 긴 장마의 고온다습한 날씨에도, 시원하고 청량한 맥주 한 잔을 대체할 음료가 있을까. 맥주의 계절 여름, COOKING이 시원한 맥주 이야기를 준비했다. 매주, 한국인의 라거 사랑부터 맥알못을 위한 맥주 취향 찾는 법, 맥주에 어울리는 메뉴 페어링 하는 팁을 소개한다. 첫 회는 한국인의 진한 사랑을 받는 라거 이야기다.

① 라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맥주는 뭘까. 데이터 기반 리서치 회사 메타베이가 지난 4월 진행한 ‘맥주 종류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보면, 라거가 64.3% 1위, 에일이 12.3%로 뒤를 이었고, 스타우트 9.7%, 와이드 7.7%, IPA 5.3%, 포터 0.7%로 나타났다. 라거가 압도적 1위다. 코로나 19 이후, 술 문화가 술에서 식사 위주로 바뀌면서, 청량하고 가벼운 맛이 음식과 조화를 이뤄 더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의 라거 사랑을 들여다봤다.

맥주는 크게 라거와 에일로 나뉘며, 라거는 탄산과 청량함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pixabay

맥주는 크게 라거와 에일로 나뉘며, 라거는 탄산과 청량함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pixabay

국내 맥주의 양대 산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다. 두 회사의 역사가 한국맥주의 시작이다. 한국맥주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대일본맥주와 기린맥주가 조선에 맥주공장을 지으며 시작됐다. 광복 이후, 0민간에게 매각된 두 회사는 조선맥주와 동양맥주가 되었고, 인수와 합병을 거듭해 통해 각각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됐다.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조선맥주는 1952년 크라운맥주를 출시했다. 40년 이상 판매되다가 1993년 단종, 같은 해에 ‘천연 암반수’를 강조한 맥주 하이트를 선보였다. 하이트는 출시 3년 만인 1996년,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했다. 1998년에는 사명까지 하이트맥주로 바꿨다. 이후 라거 특유의 시원하고 청량한 맛을 극대화한 테라를 출시했고, 지난 4월에는 켈리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오성택 상무는 “켈리는 라거 타입의 맥주에서 공존하기 힘든 부드러움과 강렬한 맛을 동시에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켈리. 입에서는 부드럽고 목에서는 강렬한 탄산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켈리 인스타그램

하이트진로의 켈리. 입에서는 부드럽고 목에서는 강렬한 탄산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켈리 인스타그램

동양맥주는 사명 그대로 오리엔탈 브루어리(Oriental Brewery)의 앞 자를 따 OB맥주를 생산했다. 1952년 첫 출시,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크라운맥주보다 우위에 섰고 1980년대에는 그 격차를 더 벌려 ‘맥주는 오비’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공식 맥주가 되면서, 1990년대 초반에는 시장점유율이 80% 가까이 됐다. 이후 OB라거, OB블루, OB골든라거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OB의 브랜드 라인을 구축하다, 1994년 톡 쏘는 탄산감을 살린 카스를 출시했다. 카스는 한국 최초로 세계맥주챔피업쉽에서 은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닐슨코리아의 2021년 가정용 맥주 시장 판매 조사에 따르면 카스는 약 52%의 점유율로 1위다.  2021년에는 쌀을 넣어 부드러운 맛을 강조한 라거인 한맥을 출시해 MZ 세대의 입맛을 겨냥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물을 섞지 않아 맥아와 홉의 풍미가 살아있는 프리미엄 라거다. 맥주 전문가와 애호가 사이에서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다. 시대를 풍미한 맥주가 모두 라거다.

'물 타지 않은' 라거를 내세운 클라우드. 사진 롯데칠성음료.

'물 타지 않은' 라거를 내세운 클라우드. 사진 롯데칠성음료.

맥주는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크게 보면 라거와 에일로 나뉜다. 인기 면에서는 라거가, 다양성 면에서는 에일이 앞선다. 라거 중에서도 특히 페일 라거(Pale  lager)와 라이트 라거(Light lager)의 인기가 높다. 맥아와 홉, 효모 등의 맛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페일 라거의 대표 브랜드는 밀러, 하이네켄, 칼스버그. 청량하고 가벼운 맛의 맥주로, 대다수의 국가에서 소비량이 많다. 라이트 라거는 페일 라거보다 풍미를 더 낮춘 것으로 코로나, 버드와이저, 카스, 테라 등이 이에 속한다. 비어스쿨 정영진 대표는 라거의 인기에 대해 “다른 나라도 맥주 소비량 1, 2위가 페일∙라이트 라거다. 세계 시장은 라거 중심으로 흐른다. 에일류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음식 같아서 한두 잔 마시면 끝이지만, 라거는 모든 음식에 페어링 하기 좋아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국 라거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카스와 한맥 등 오비맥주 7종이 ‘2023 iTi 국제 식음료품평회’에서 카스, 한맥 등이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사진 오비맥주

한국 라거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카스와 한맥 등 오비맥주 7종이 ‘2023 iTi 국제 식음료품평회’에서 카스, 한맥 등이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사진 오비맥주

한국 라거, 세계화에 도전해볼 수 있을까. 한국맥주교육원 김만제 원장은 "카스나 테라도 페일 라거, 라이트 라거 관점으로 보면 잘 만든 맥주”라고 말했다. 괄목할 만한 수상 성적도 있다. 올해 국제식음료품평원(iTi)이 주최한 ‘2023 iTi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카스, 카스 라이트, 한맥 등이 수상했다. 지난 2022년에는 '호주국제맥주시상식(AIBA)'에서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로 각각 금상을 받았다. 맛으로는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출 규모도 커지는 중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맥주의 몽골 수출액은 935만5000달러(약 124억원)로 1년 전보다 98.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비맥주의 블루걸은 16년 연속 홍콩 맥주 시장 판매 1위(22년 기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페일·라이트 라거의 맛은 평준화되어 있다. 국내외 유명 라거를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취향에 따른 결과만 나올 뿐, 특정 제품으로 쏠리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은 브랜딩 싸움. 지금처럼 한국 문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때라면 한국 맥주를 알리기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손혜린 쿠킹 에디터 son.hyel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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