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여름이 라거라면, 가을에는 풍성한 맛의 '이' 맥주

중앙일보

입력 2022.09.16 09:00

손봉균의 〈맥주 한잔〉  
편의점 맥주의 세계는 놀랄 만큼 방대합니다. 지금도 맥주의 종류와 맛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맥주라 해도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죠. 아직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면, 또는 방대한 맥주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손봉균의 맥주 한잔’를 추천합니다. 맥주 전문가를 뜻하는, 국내 1호 씨서론(Cicerone) 손봉균 씨가 당신에게 딱 맞는 편의점 맥주 한 캔을 골라드릴 테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내 취향의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맥주의 색이 어두울수록 맛과 향은 더 진해진다. 사진 Pixabay

맥주의 색이 어두울수록 맛과 향은 더 진해진다. 사진 Pixabay

‘맥아’는 싹틔운 보리를 말합니다. 맥주 양조에 사용하는 맥아는 보리 싹을 틔운 후 말리거나, 볶거나 태우는 등의 열을 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거나 강할수록 맥아는 구운 향이나 색이 진해지고, 그것이 맥주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죠. 즉, 맥주의 색은 그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한 맥아의 색과 동일합니다.

풍성한 맥아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가을에 어울릴 다크 맥주 추천

맥아는 볏짚 색입니다. 열을 가하면 살짝 붉은색이 돌죠. 더 센 열을 가하면 갈색, 그보다 더하면 까만색까지 낼 수 있습니다. 밝은 황금색을 띠는 라거 맥주는 싹틔운 보리를 가볍게 말리기만 한 맥아를 사용합니다. 색이 진한 흑맥주는 커피 원두를 볶을 때처럼 강한 열을 맥아에 가해 나온 결과이죠. 따라서, 맥주의 색이 진해질수록 맥주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 또한 기본적으로 진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 마시는 ‘맥주’라 하면, 톡톡 터지는 청량함과 탄산 가득한 라거가 자연스레 떠오르죠. 반면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은 가을은 맛이 더 진한, 그러니까 색도 조금 더 진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끽하기 좋은 계절이에요. 색이 진한 맥주는 술 자체에 담긴 맛도 풍부해서, 다양한 음식과 훨씬 더 잘 어울립니다. 더위에 양보했던 미각도 되돌릴 겸, 풍성한 맥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다크 맥주를 추천해보겠습니다.

① 단풍과 똑 닮은 붉은색의 맥주 ‘레드라거’  

색이 붉어 가을과 더 잘 어울리는 레드라거. 사진 생활맥주 공식 인스타그램

색이 붉어 가을과 더 잘 어울리는 레드라거. 사진 생활맥주 공식 인스타그램

레드라거는 ‘생활맥주’ 펍과 ‘제주맥주’의 협업으로 만든 맥주입니다. 진한 빨간색 캔에 브랜드와 맥주 이름을 간결하게 적은 심플한 디자인이 눈에 쏙 들어오죠. ‘레드라거’라는 이름에 맞게 붉은 맥주 색이 가을 단풍과 똑 닮은 맥주입니다. 맥아를 살짝 볶을 때 나오는 붉은색은 과하지 않은 구운 향과 고소함을 맥주에 불어 넣어줍니다. 라거보다는 묵직한 향을 가지고 있고, 청량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죠. 구수한 견과류와 캐러멜 향이 살짝 나고, 조금 남아있는 단맛과 은은한 홉 향이 입맛을 자극해 안주를 부릅니다. 맥주가 안주를 부르니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안 될 조합이지만, 가을에 안주와 즐기기 딱 좋은 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떡.튀.순(떡볶이+튀김+순대)
맥주에 고소함이 있을수록 맵싸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떡볶이의 매콤함은 레드라거가 잡아주고, 맥주의 깔끔한 탄산은 떡볶이 맛을 더 올려줍니다. 튀김과 순대에 떡볶이 소스 듬뿍 묻혀서 레드라거와 한잔하는 ‘깔맞춤’ 페어링의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② 여름과 가을의 사이에는 ‘바이스비어 둔켈’  

파울라너 바이스비어 둔켈은 밀맥주와 다크 맥주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사진 파울라너 공식 인스타그램

파울라너 바이스비어 둔켈은 밀맥주와 다크 맥주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사진 파울라너 공식 인스타그램

맥주로 유명한 독일의 파울라너 양조장에서 만든 어두운색의 밀맥주입니다. 바이스비어는 밀맥주를 뜻하고, 둔켈은 어둡다(Dark)는 뜻입니다. 맥주를 어둡게 만들기 위해서 맥아를 태우듯이 열을 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구운 맥아의 맛이 풍성하게 남겨지죠. 파울라너 바이스 둔켈이 놀라운 이유는 밀맥주 특유의 부드러운 바디감은 유지하면서 구운 맥아의 향까지 풍부하게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마시는 순간 바나나, 정향, 후추 같은 밀맥주 특유의 향이 코로 넘어오고, 동시에 입으로는 견과류의 고소함과 곡물의 향이 조화롭게 밀려듭니다. 밀맥주와 다크 맥주의 밸런스가 완벽한 바이스비어 둔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마시기 딱 좋은 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탕짜면(탕수육+짜장면)
바삭한 튀김이 가진 밀가루 향은 밀맥주를 당기게 합니다. 또 짜장면의 달콤한 맛은 흑맥주를 떠오르게 하죠. 밀맥주와 흑맥주의 밸런스를 잘 갖춘 흑밀 맥주 ‘바이스비어 둔켈’의 조화로움과 탕짜면의 조화로움을 동시에 느껴보세요.

③ 깊고 진한 맛에 탄산까지 갖춘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는 부드럽게 즐기기 좋은 흑맥주다. 사진 기네스 공식 인스타그램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는 부드럽게 즐기기 좋은 흑맥주다. 사진 기네스 공식 인스타그램

어두운색의 맥주를 ‘스타우트’라는 대명사로 만들어낸 맥주회사 기네스의 흑맥주입니다.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기네스 맥주로는 ‘기네스 드래프트’와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가 있죠. 흑맥주를 양조할 때 사용하는 맥아는 쓴맛이 날 정도로 강하게 볶아서 색도 검고 맛도 진합니다. 기네스 드래프트는 스타우트의 쓴맛을 중화하기 위해 질소를 넣어 만든 버전이라 부드럽게 마실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다소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반면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는 흑맥주 본연의 다크초콜릿과 커피 향이 나며 쓴맛에 탄산까지 갖춰, ‘스타우트’의 맛을 확 살려줍니다. 기분 좋은 탄산에 다크한 맥주의 깊고 진한 맛까지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딱 좋은 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숯불에 구운 쪽갈비
불에 노출된 강도가 센 흑맥주일수록 불에 직접 구운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숯 향이 가득 스며든 쪽갈비 한 점에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 한 잔을 곁들여보세요. 음식과 맥주의 맛 모두 증폭되어 “아, 이게 바로 페어링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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