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국감 남은건 의혹뿐(국감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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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 물증 없는 공세에 여 당부성 질문/윤회장 억울함 호소… 면죄부만 준 셈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3일 문공위의 민자·평민의원들은 태영의 민방 지배주주 선정을 둘러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태영의 윤세영 회장을 참고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자정까지 15명의원 전부가 질의를 계속하는 「성의」를 보였으나 의혹을 사실로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
민자당 의원들은 질의 끝부분에는 으레 『이러이러한 점에 유의해 달라』는 당부성 발언을 잊지 않았고 평민당측은 『저러저러한 것이 아니냐. 답변은 필요없다』는 식의 선전공세적 발언을 되풀이했다.
민자당 의원 대부분은 이날 윤 회장의 참고인 진술을 끝으로 태영에 대한 의혹이 씻겨지고 오히려 결백이 입증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했으며,평민당도 처음에는 태영 스스로 지배주주 선정을 포기하도록 종용하다가 물증 없는 의혹만을 열거하는 데 그쳤다.
이날 윤 회장의 진술을 통해 확인된 것은 ▲윤 회장이 언론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월 중순부터라는 점 ▲민방신청 당시 윤 회장이 민자당 당원신분이란 점 ▲윤 회장이 지배주주 선정발표 다음날인 11월1일 탈당계를 제출한 점 ▲방송건물로 인켈과 태영이 다같이 KBS 별관구매를 희망했으나 인켈만 탈락된 불공평성 등이다.
다음은 문제부분의 일문일답.
­참고인의 학력·경력·기업 내용 등을 보면 언론에 문외한이었다고 생각되는 데 방송업을 해보겠다고 결심한 시점은 언제인가.
▲문외한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관심을 가진 것은 모집공고가 난 9월 중순부터다.
­지난 8월 럭키증권을 통해 태영주식 3만7천주를 장남명의로 매입한 것은 변칙증여가 아닌가. 장남이 이 때문에 자금출처를 조사받은 일이 있나.
▲가족문제로 심려를 끼쳐 미안하고 부끄럽다. 세무서에 신고하는 등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이상 최재욱 의원 질문·답변>
­민방신청 당시 민자당 당원신분이었고 또 민자당 의원 10명의 후원회에 가입한 것은 사실인가. 이는 특정정당의 사상과 이념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는데.
▲탈당계는 11월1일(여기서 윤 회장은 11월3일로 계속 답변하다 정정) 제출했다. 후원회 가입이 특정정당 지지의 표시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왜 탈당했나.
▲민방 지배주주로 확정통보를 받은 뒤 특정정당 소속이어서는 공정성·공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신청할 때 특정정당 소속이 아닌 상태여야 하지 않았나.
▲신청서 기입란에 정당소속 명시란이 없었다. 선의로 이해해 달라.
또 민방신청 당시에는 방송법과 정당법을 잘 몰랐다.
­5월9일 민자당 창당대회에 초청되지 않았나.
▲초청장을 받았는지 여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참석은 하지 않았다.
­최병렬 공보처 장관은 특정집단의 이익이나 이념을 대변하는 업체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는데.
▲지배주주가 되는 데 정당원이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은 업다.
­참고인은 새 민방의 이념으로 「중도보수를 대변」한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특수계층을 두고 한 말은 아니다. 황망한 가운데 기자들의 질문에 현체제를 유지,발전시키겠다는 뜻에서 미숙하게 표현된 것 뿐이다.<이상 이동근·손주항·조세형 의원(평민) 질문·답변>
그러나 권해옥 의원(민자)은 『윤 회장이 11월1일 탈당계를 낸 것은 오히려 사전 내정된 것을 몰랐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변론까지 하는 친절을 보였다.
­총 소유부동산은 얼마나 되나.
▲산하계열기업을 포함,57만평이다. 비업무용은 한 필지도 없다.
­대기업이 태영에 침투해 민방을 지배할 수 있지 않나.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간다.
윤 회장은 오후 3시쯤 국정감사장에 들어설 때는 긴장된 모습으로 질의내용을 되묻는 등 당황하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해져 나중에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까지 했다.
윤 회장은 『민방 지배주주로 선정된 직후부터 쏟아지는 의혹에 나도 놀라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의혹은 공정성을 보장하라는 국민의 채찍으로 알고 방송업을 천직으로 삼겠다』며 야당의 백지화 요구에 맞대응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태영측은 참고인 신문 직전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27쪽 분량의 홍보자료를 배포한 데 이어 윤 회장의 뒤쪽에 간부 4명이 배석,예상질의 답변서를 찾아 윤 회장에게 건네주거나 귀엣말로 윤 회장의 답변을 지원했다.
윤 회장은 「주인 있는 방송」의 의미를 경영합리화라는 측면으로,배후의혹설에 대해서는 『검은 손은 없으며 조달자금도 모두 깨끗한 돈』이라고 주장했으며 『태영을 부동산업체라는 데는 승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조홍규 의원(평민)이 태영·인켈·일진 등 3개사 대표와 최 공보처 장관과의 최종 면담록을 갖다 놓고 최 장관이 윤 회장에게 질의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질문을 되풀이 물었을 때 윤 회장은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 과연 면담록이 성실히 작성됐느냐는 점에 의혹을 남겼다.
「태영국감」으로까지 불려지는 이번 국감에서 남은 것은 의혹뿐이며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 장관이 이날 공보처 확인 감사에서 『현재 TV방송은 계급갈등·지역갈등·세대갈등 등 갈등만을 너무 부각시킨다』며 새 민방의 필요성을 주장한 데서 정부측의 민방추진 의도를 충분히 감지할 수는 있다.
청문회조차 민자당 의원들의 반대로 이날 표결에서 부결된 이상 앞으로 할 일이라곤 상임위 기간중 새 민방 「서울방송」이 공익성·공정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뿐이라는 인상만 남겼다.<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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