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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영장' 재청구 어떻게?…검찰은 2014년 11월 주목한다

중앙일보

입력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뜻밖의 난제를 받아든 검찰은 박 전 특검의 혐의를 보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법원이 “직무 관련성, 실제 금품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검찰이 어떤 논리와 사실관계로 돌파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①‘수재 혐의’ 박 전 특검은 금융사 직원일까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2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박 전 특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고, 검찰은 재청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2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박 전 특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고, 검찰은 재청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박 전 특검 측이 대장동 사업가들에게 200억원과 단독주택 2채를 요구하고 약정받은 시기가 2014년 11월 3일 이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특검 측이 자신은 우리은행이 아닌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었다는 논리로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 등의 혐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다. 수재죄는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해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실제 수수하거나 요구·약속했을 때 적용되는데, 우리금융지주는 금융회사가 아니므로 수재죄 요건이 안된다는 게 박 전 특검 측의 논리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사유를 고려하더라도 2014년 11월 3일 금융회사인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하면서 박 전 특검이 금융회사 임직원 신분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은 ‘200억원 약정’ 외에도 박 전 특검이 2014년 11~12월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사업가들에게서 3억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는데, 우리은행 등기부등본상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통합이사회 의장 및 감사위원을 겸직한 시기는 2014년 11월 3일~2015년 3월 27일로 자금 수수 및 약정 시점과 겹치기 때문이다.

 수사 상황에 정통한 법조계 인사는 “(박 전 특검의 측근인) 양재식 변호사가 11월 초가 지나 남욱 변호사에게 150평·100평씩을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고, e메일을 봐도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통합이사회 의장에 취임하면서 청탁 논의가 본격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②김만배에 준 5억은 50억 약정 담보인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관련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관련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박 전 특검이 2014년 5월 화천대유에 5억원을 주고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것도 쟁점이다. 박 전 특검 측은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대행업자인 이기성씨가 김만배씨에게 화천대유 운영자금 명목으로 5억원을 빌려주면서 자신은 계좌만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돈을 전달하는 단순 통로 역할만 했을 뿐 자신의 돈도 아니고 50억원을 약속받기 위한 담보도 아니라는 취지다.

 검찰은 그러나 박 전 특검의 계좌 내역에 5억원이 들어온 시기와 나간 시기에 차이가 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운영자금 통로 역할만 했다면 이기성씨에게 돈을 받은 직후 김만배씨에게 돈이 송금돼야 하는데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검찰은 애초 이 돈의 흐름이 박 전 특검에게 대가성 자금을 약속하기 위한 김만배씨의 설계라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5년 3월 23일 전후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1500억원 규모의 여신의향서를 제출했고, 성남의뜰은 나흘 후인 3월 27일 대장동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는데 이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준 박 전 특검이 50억원을 대가로 받기 위한 ‘외형 만들기’ 작업이 5억원 입금이라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한 핵심 관계자는 “(3억원 수수와 관련) 변협 회장 선거 시작 직전인 11월 중순 전부터 12월 중순까지 3~4차례에 걸쳐 돈이 건너간 것으로 기억한다”며 “남욱·김만배씨 모두 이 금액을 준 것에 대해선 인정하고 박 전 특검 측만 부인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돈의 성격에 대해선 “박 전 특검이 영향력을 행사해 우리은행이 (대장동 사업을) 도와준 대가”라고 말했다.

③ 자금 수수 및 약정, 날짜로 특정할 수 있나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가 지난달 30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가 지난달 30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기간 단위로 특정된 200억원 약정 시기 등을 더 구체화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검찰은 200억원 및 현금 3억원 수수 약속 혐의 기간을 2014년 11~12월로, 5억원 수수·입금 및 50억원 약정 시기를 2015년 4월경으로 봤다.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더 정교하게 혐의 시점을 소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전 특검 측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날짜를 적시해야 피의자가 당시의 동선 등을 근거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기간으로 두루뭉술하게 특정한 것만으로 구속하면 방어권 침해가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수가 아닌 약속이라는 성질상 날짜를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강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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