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적수」 잃은 거인 군살빼기|탈 냉전시대의 미 대외정책과 역할 변화-아시아 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소련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오랫동안 중국·일본의 팽창주의를 경계해온 아시아 지도자들은 미국의 경제력·군사력을 이들 두 나라를 견제하기 위한 편리한 수단으로 보고있다.
소련의 개혁·개방으로 시작된 아시아에서의 세력 변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인도네시아·싱가포르·중국·베트남·북한 등에서 연로한 지도자들이 무대를 떠나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게 되는 앞으로의 몇 년 동안은 이 변화가 더욱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 한해 동안만도 주요한 변화들이 있었다. 소련이 한국과 공식외교 관계를 맺음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중국은 한국과 무역사무소를 개설했으며 인도네시아·싱가포르와도 공식관계를 수립했다. 베트남 공산당 구엔반린 서기장은 동경과 워싱턴에 캄란만 기지사용을 제의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적인 급박함이 이데올로기를 대치하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안보 이해가 군사용어로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경제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이러한 발전이 동구에서와 같이 공산주의를 파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일 견제에 필요>
그러나 아시아의 정치발전은 중국·베트남·북한 등 공산주의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민족주의를 주장하면서 동구와는 달리 대중적 정당성을 얻고 있어 매우 서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시아의 변화에 직면한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정책을 재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한국에서 군사력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또 필리핀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유지하는 대신 동남아시아 몇몇 지역에서 공군 및 해군의 기지 사용권을 획득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필리핀과의 협상에서 미국은 이미 내년 9월까지 필리핀 내 6개 기지에서 모든 전투기를 철수키로 합의했다.
미국이 태평양연안 국가들과 교역한 금액은 지난해 3천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대서양연안 국가들과의 교역량 보다 50%가 많은 규모다.
미국은 태평양연안 국가에 이러한 경제적인 영향력을 이용, 아시아에서 지역분쟁 및 군사적 분쟁을 억제하러 하고있다.
이것은 과거 군사력에만 의존하던 방식과는 다른 면을 보여준다.

<경제 영향력 활용>
경제적인 영향력에 의한 분쟁억제는 말썽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 개발계획 해체, 베트남이 캄보디아 분쟁 해결에 도움을 주고 베트남 전쟁 중 실종된 미군의 송환에 협조하는 문제 또는 중국과 소련의 경제·정치적 개혁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보다 효과적으로 기능 할 수 있는 여건이 아시아에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