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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쿠데타’ ‘마약 도취’ 극언 정치, 총선 패배 자초할 뿐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상대 혐오 부추기려 도 넘은 자극적 막말 일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도 기승, 민생 대결 실종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여야가 수위 높은 막말을 남발하며 대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무더위에 시달리는 국민의 염증과 정치 혐오만 부채질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서, 검찰개혁을 반대하면서 대통령이 됐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이 전임 정권을 지목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됐지만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의 정당성을 폄훼한 막말”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즉각 윤 의원과 민주당을 겨냥해 “이미 제정신을 잃은 것 같다.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은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이라며 김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국민이 보기엔 오십보백보일 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에 대해 “극우 정권, 극우 대통령까지 나라가 참 걱정”이라고 말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었다. 극언을 뜯어말려야 할 여야 대표들이 도리어 앞장서는 격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도 여야는 과학적 접근과 대책 마련 대신 먹방과 단식 같은 보여주기 이벤트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1일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국민의힘 김영선·류성걸 의원은 수조 속 바닷물을 손으로 떠마시는 퍼포먼스를 펼쳐 장보던 시민들을 아연케 했다. 민주당도 질세라 윤재갑 의원에 이어 우원식 의원이 ‘일본이 방류를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이란 비현실적 전제 아래 단식에 나서 “먹거리 안전마저 정쟁화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상대를 배제하는 극언과 튀는 행동을 하면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이 결집하고, 개인의 공천도 보장될 것으로 계산한 모양인데, 단견일 뿐이다. 일부 유권자가 막말이나 지역주의에 흔들리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모든 유권자 판단의 총합, 집단 이성으로서 국민은 언제나 현명한 심판을 내렸음을 역대 선거는 말해 준다. 막말은 기껏 열혈 지지층으로부터 잠시 환호를 얻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선거 패배를 부르는 하책일 뿐이다. 최근 여야의 막말 팬덤정치에 환멸을 느껴 이탈한 무당파가 40%에 육박한 게 이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는 2016년 9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저들(공화당)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를 지킵시다”라고 역설해 박수를 받았다. 우리 국민 역시 누가 막말을 하고, 누가 품격을 지키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다 총선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여야는 이제부터라도 품격 있는 언행과 민생 정책으로 경쟁하고, 상습적 막말꾼들은 공천에서 배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