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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외국인 쿼터 30배 확대…‘찾아오는 이민’ 계기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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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수 인력 확보 경쟁에서 일본·대만에 밀려

무디스 “이민 장려” 제안 흘려듣지 말아야

정부가 외국인 기능인력 쿼터를 대폭 확대한다. 2020년 1000명 정도였던 외국 숙련 인력을 30배 수준인 3만 명으로 늘린다는 발표인데, 기업엔 반가운 소식이다. 계절근로 체류 기간을 기존 5개월에서 추가 3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 부분도 잘한 결정이다. 일할 사람이 없어 생산에 차질을 빚어 온 여러 분야에서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우리가 직면한 생산인구 감소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한국 국가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것을 장기적인 리스크로 지목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피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진 한국은 2020년 3738만 명이던 생산가능인구가 2050년에는 2398만 명으로 급감하리란 추산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 이후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무디스가 “젊은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을 편다면 적어도 일시적으론 생산성을 향상하고 노년 부양비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에 귀를 열어야 한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인력 송출업체 비나(VINA) JSC에서 일본 이주 교육생에게 제공하는 '일본생활안내' 교재. 하노이=이태윤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인력 송출업체 비나(VINA) JSC에서 일본 이주 교육생에게 제공하는 '일본생활안내' 교재. 하노이=이태윤 기자

중앙일보 취재진이 해외에서 확인한 사실은 우수한 외국 인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등 각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 상대인 일본과 대만은 외국인 기술자 확보전에서도 라이벌이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해 일본과 대만에 송출한 인력이 각각 6만7295명과 5만8598명인 데 비해 한국은 9968명이었다. 이런 격차는 외국인 쿼터의 차이에도 원인이 있지만, 현지인들은 “한국이 채용 노력에서 일본 등에 뒤처진다”고 증언한다.

일본의 송출업체는 일본어뿐 아니라 쓰레기 분리수거 등 일상생활을 친절하게 연습시킨다. 그들이 일본에 귀한 인재라는 사실을 체감시키는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했다. 반면에 한국은 농업 분야의 경우 외바퀴 손수레를 S자 코스로 몰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등 질적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 생활을 전혀 모르고 한국어 교육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되는 바람에 고용주와 충돌하는 현상이 불법체류자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쿼터 확대는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들이 삶에 만족하고 한국의 매력을 느끼도록 세심한 지원을 하는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분야 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이민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업종별로 고용노동부·해양수산부·농림축산부·법무부로 쪼개져 불법 체류 막기에 급급한 정책으론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 이미 일본에 한발 늦었지만, 외국인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이민청을 속히 설치해 우수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