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OC-OCA 돈에 끌려 다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올해 국내외 스포츠계는 북경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축구대회가 가장 큰 이슈였다. 그러나 국내스포츠계는 이제까지 중점을 두어온 엘리트 스포츠에서 생활체육으로 패턴이 바뀌면서 진통을 겪었으며, 국제 스포츠계는 아마추어리즘이 극도로 혼탁해지는 등 변혁의 조짐을 보였다. 90년도 국내외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를 뒷 얘기를 중심으로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90년도는 세계 아마 스포츠의 본산인 IOC(국제 올림픽위원회) 와 아시아 스포츠를 이끌어 가는 OCA(아시아 올림픽 평의회)가 파행적 운영으로 아마스포츠 총괄기구로서의 존재 의미마저 희미해진 한해라 할 수 있다.
올림픽 개최 1백주년이 되는 오는 96년의 유치도시를 놓고 격전을 벌인 지난 9월의 IOC 동경 총회는 아마 스포츠의 추하고 혼탁한 단면을 보여준 전형이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명화의 무대였던 미국의 애틀랜타 시가 오는 96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으나 그 유치과정에서 보여준 금전공세는 마치 복마전을 방불케 했다.
96년 올림픽 개최지 유치 경쟁은 80년 모스크바나 84년 LA 올림픽 때와는 달리 엄청난 과열현상을 빚었다.
애틀랜타·아테네·멜버른·토론토·베오그라드·맨체스터 등 6개 후보 도시는 대규모 유치단과 거물급 인사를 동경에 파견,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로비활동을 벌인 것이다.
이제 올림픽은 「돈이 열리는 나무」로까지 비유될 만큼 「황금 알을 낳는 비즈니스」로 탈바꿈했다.
도시 이미지가 제고되고 관광객이 늘어나는 데다 신규사업이 활발해지는 부수 효과 외에 TV 중계료가 노다지로 쏟아지는 올림픽은 매력 있는 사업으로 꼽히게 된 것이다.
아테네와의 치열한 경쟁을 물리치고 96년 올림픽을 유치한 애틀랜타는 올림픽 개최로 2억 달러의 순이익을 벌써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황금사업을 거머쥐기 위해 6개 후보 도시가 IOC 위원들을 상대로 뿌린 돈은 무려 1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멜버른이 1천6백만 달러로 가장 많은 돈을 썼고 토론토 1천3백만 달러, 아테네·애틀랜타 각 1천만 달러, 베오그라드·맨체스터가 5백만 달러씩 돈을 물 쓰듯 퍼부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후보 도시들은 전 세계 88명의 IOC 위원들에게 올림픽 유치 로비를 위해 대 연회를 열었으며 선물 등 물량공세로 「매수성」 득표 활동을 벌였다.
애틀랜타 시는 다른 후보 도시와 달리 압도적으로 많은 유치단 (3백50명)을 동경 총회에 파견, 투표 직전 71명의 IOC위원들을 「매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각 후보 도시들도 유치를 위해 총리 급의 거물인사를 앞세우며 이전투구의 유치 경쟁을 벌였다.
물론 IOC에서는 이 같은 과열 현상을 막고 순수 아마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IOC 위원 초청과 후보 도시 방문을 3일 이내로 규정하고 선물 비도 3백 달러 이내로 한정했으나 이러한 규칙은 사문 화된 상태.
동경 총회에서 투표가 끝난 후 한 IOC 위원은 96년 개최도시 결정이 돈으로 매수된 선거였다고 폭로, IOC의 이미지에 결정적 오점을 남겼다.
LA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지 12년만에 같은 나라에서 올림픽을 열도록 한 것은 IOC 위원들이 스스로 묘혈을 판 것이라고 분석되고있다.
이 같은 IOC의 혼탁 상은 OCA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82년 인도 뉴델리 아시안게임 때 창설된 OCA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 사망한 셰이크파드가 초대 의장이 되면서 오일달러로 휘청거렸다.
지난 9월27일 동경 총회에서 OCA의 주도권이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넘어갈 것을 우려한 중동 세의 기수 사우디아라비아는 총회를 하루 앞두고 OCA 회원국들을 상대로 오일달러로 로비를 벌였다.
전날까지 중국의 허전량이 유력한 의장 후보로 떠올랐으나 쿠웨이트의 셰이크 아마드를 내세워 주도권을 고수하려던 중동 세는 막후 절충을 통해 의장 선거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내년 2월까지 열도록 연기하는데 성공했다.
중동 세의 후보로 나온 셰이크 아마드는 사망한 셰이크 파드의 아들로 올해 나이 27세. 설혹 당선된다해도 OCA 헌장의 의장은 만35세 이상이 되어야한다는 규정에 미달, 자격이 박탈당할 처지에 놓였었다.
이 때문에 셰이크 아마드의 당선보다 차기 총회 개최지 확보에 주력했던 중동 세는 총회 전날 오일달러를 마구 뿌리며 OCA 회원들을 매수, 24-13의 투표 결과로 의장 선거를 저지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OCA 총 의에 참석했던 일부 국가의 대표들은 2만∼3만 달러의 돈을 받았다고 실토, 충격을 주었다.
이제 아마스포츠를 대표해오던 IOC·OCA도 돈의 위력 앞에 비틀거리며 파행 속을 헤매고있는 것이다. <방원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