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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슬개골 탈구 예방하려면? 외과 전문 수의사가 답한다

중앙일보

입력

동물병원을 찾는 보호자와 치료비의 평균 지출액이 증가했다. 사진 픽사베이

동물병원을 찾는 보호자와 치료비의 평균 지출액이 증가했다. 사진 픽사베이

# 2살 대형 믹스견 보리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되었다. 산책 중 운전 미숙 차량에 치였다고 했다. 내원 시 보리는 아예 골반과 천골이라는 뼈가 부러져 설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교통사고 충격으로 복강 내엔 혈액도 차 있었다. 바로 골절 교정 수술에 들어갔지만, 정상적으로 걷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긴 재활을 이겨낸 보리는 이제 다시 보호자와 산책을 한다.

# 뒷다리를 전혀 쓰지 못할 정도로 디스크가 심각했던 프렌치 불독도 있었다. 디스크는 추후 정상적으로 걷기 위해서 수술에 골든 타임이 존재하는 질환이다. 강아지의 상태도 심각하였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빠른 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호자는 수술을 포기했다. 응급 MRI 비용을 포함한 수술 비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후 그 강아지와 보호자는 다시 병원을 찾지 않았다.

동물병원을 찾는 보호자가 많아졌다. 지난 4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반려동물을 위해 치료비를 지출한 반려 가구는 73.4%로 2021년(71%)에 비해 증가했다고 한다. 지출 규모도 커졌다. 반려동물 치료비 평균 지출액은 78만 7000원. 2021년 46만 8000원에 비하면 31만 9000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반려 가구가 늘면서 병원을 찾는 보호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사람보다 비싼 치료비에 치료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은 공적 보험제도가 없어 치료비를 오롯이 보호자가 감내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동물 의료비 부가세 면제 제도, 동물 의료비 소득공제, 표준 수가제 등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제도가 보완되고 있지만, 반려견, 보호자 모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24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외과 전문 수의사이자, 유튜브에서 개알남을 운영하는 이세원을 만나 그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유튜브 개알남(개 알려주는 남자) 채널과 24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이세원 외과 전문 수의사. 사진 이세원

유튜브 개알남(개 알려주는 남자) 채널과 24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이세원 외과 전문 수의사. 사진 이세원


Q 위기의 순간 수술을 포기하는 보호자가 있었나
외과 전문 동물병원까지 찾아오는 분들은 어떻게든 고치겠다는 마음으로 오시는 분들이라 많지는 않지만, 있다. 목돈이 드는 수술의 경우 주저하는 분이 있다. 최근엔 10살짜리 암컷 푸들이 유선(젖꼭지) 분비물로 내원했다. 푸들은 ‘유선 종양’ 판정을 받았다. 유선 종양의 경우 악성 종양, 즉 암일 확률이 50%다. 악성일 경우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기에 수술을 추천했지만, 보호자는 수술비 부담이 크다며 수술을 미룬 상태다. 현재도 종종 종양의 전이 속도를 더디게 하는 항종양제 정도만 처방받고 있다.

Q 정부가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부가세 면제’ 제도를 준비 중이다
반려동물이 아플 땐 사람처럼 공적 보험제도가 없이 온전히 자가비용으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므로 체감상 더 비싸게 느껴진다. 그렇다 보니 반려동물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병원에 읍소해 분할 납부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진료비 수가는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현재 추진 중인 반려동물 의료비 부가가치세 면제 제도가 시행되면 보호자들의 부담이 훨씬 경감될 것이다.

Q 24시간 동물병원을 운영한다. 위급한 상황이 많을 것 같다
말할 것도 없다. 언제 응급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집도 병원과 도보로 5분 거리로 얻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응급 상황은 신장 파열로 내원했던 ‘봉구’다. 이전까진 한 번도 아픈 적 없이 건강하던 봉구가 그날따라 갑자기 낑낑거렸다고 했다. 검사 결과, 봉구는 왼쪽 콩팥이 파열되어 복강 내 혈액과 소변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지금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었다. 곧바로 응급수술에 들어가 파열된 신장을 적출하고 복강 내 혈액과 소변으로 오염된 부분으로 세척한 뒤 봉합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봉구는 퇴원 후 일상으로 돌아갔다. 사실 이럴 때 가장 큰 보람과 사명감을 느낀다. 생사를 오가던 동물이 힘든 치료를 잘 견디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 말이다.

Q 외과 전문 병원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은 무엇인가?
단연 ‘슬개골 탈구’다. 슬개골은 무릎 관절 위에 위치하며 관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뼈다. 슬개골 탈구는 이 슬개골이 유전적 소인이나 물리적 충격으로 옆으로 어긋나는 병인데, 유전적인 경우가 많다. 슬개골 탈구가 자주 일어나는 견종으로는 포메라니안, 몰티즈, 푸들 등이 있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소형 견종이다.

슬개골 탈구는 진행 상황에 따라 1기부터 4기까지 나뉘는데, 초기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보호자들이 놓치는 경우가 많다. 2기부터는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반려견이 다리를 절뚝거리거나 가끔 다리를 들어 올리고, 3~4기부터는 슬개골이 완전히 빠져 앞에서 봤을 때 반려견의 다리 모양이 ‘O’자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Q 슬개골 탈구 외 십자인대 파열 수술도 흔하다고 들었다
슬개골 탈구가 1~3살의 어린 강아지들에게서 보이는 증상이라면, ‘십자인대 파열’은 노령 견에게 많이 보이는 질병이다. 종종 운동선수들이 과격한 시합이나 훈련 중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다만 강아지들은 강한 충격이 아닌 주로 노화로 인해 십자인대가 파열되곤 한다. 원인은 사람과 다른 다리 구조 때문이다. 강아지 무릎은 기본적으로 사람보다 불안정한 구조이다. 사람의 다리는 종아리뼈와 허벅지 뼈는 수직으로 맞닿아 있어 안정적인 데 비해, 강아지의 다리뼈는 어긋난 모습으로 맞닿아 있어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십자인대가 닳아 없어진다.

십자인대가 파열된 강아지는 통증 때문에 잘 걷지 못하며 다리를 계속 구부리고 있고, 다리를 일자로 폈을 때 엄청난 통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술이 필요한데, 요즘 권장되는 수술법은 ‘TPLO’다. TPLO(Tibial Plateau leveling Osteotomy) 수술이란 강아지의 불안정한 무릎뼈 구조를 사람처럼 안정적으로 바꿔주는 수술을 말한다. 미국인들은 1년 동안 이 수술에만 1조씩 쓴다고 한다.

Q 수술까지 가는 건 보호자나 반려견이나 힘들다. 평소 관리법이나 예방법이 있다면?
우선 슬개골 탈구는 유전적 소인이 큰 질환이지만, 소인이 있다고 해서 100% 탈구가 오는 것은 아니다. 일상 속 관리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슬개골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체중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살이 많이 찌면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슬개골이 탈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끄러운 곳도 슬개골 탈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매트 같은 것을 깔아주고, 높은 소파나 침대에는 반려견용 계단(스테퍼)을 깔아 주는 것이 도움된다.

적절한 운동도 필요하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운동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우는 중소형견 기준으로 적절한 산책 시간은 최소 30분에서 1시간이다. 너무 긴 산책은 반려견에게 오히려 무리가 된다. 산책을 오래 하고 싶다면 횟수를 늘려 조금씩 여러 번 하는 편이 좋다. 슬개골 관련 영양제를 먹이는 것도 도움이 되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예방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이미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수술을 먼저 진행하고 급여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의 방법은 병원을 자주 찾는 것이다. 슬개골 탈구는 수의사의 촉진만으로도 초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하는 방법은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심장사상충을 예방하러 가고, 이때 담당 수의사에게 슬개골에 이상은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약국에서 약만 사 먹이는 것보다는 비용이 좀 더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치료 비용을 더 아낄 수 있다. 슬개골 탈구는 초기에 발견해 수술해야 재발률이 거의 없다.

반려동물의 응급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이세원

반려동물의 응급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이세원


Q 최근 반려동물과의 야외 활동이 늘며 반려동물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책 시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인근 24시 동물병원을 알아두면 좋다. 만약 낯선 지역에서 사고가 났다면 지도 앱을 사용해 근처 동물병원을 알아보고 신속하게 이동한다.

이동할 땐 이동장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골절 등 외상이 있을 경우 안아서 이동하면 외상 부위가 흔들릴 수 있고, 통증으로 인해 보호자에게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이동장이 없다면 최대한 반려견이 흔들리지 않게 주의하며 이동한다.

만약 상처에서 피가 많이 난다면 보호자의 옷이나 손수건 등을 이용해 지혈해야 한다. 다만 이때는 압박 강도에 주의해야 한다. 외상이 있을 수 있으니 꾹 누르며 압박하는 것은 안된다. 상처 부위를 가볍게 누르는 정도로 10분이면 충분하다. 혹시 바닥에 많이 쓸렸거나 다른 이유로 상처가 오염되었다면 깨끗한 물을 조심스럽게 뿌려 헹궈줘도 괜찮다.

Q 교통사고가 아니더라도 지금 바로 병원에 가야 할 반려견 응급상황은 무엇인가?
반려견이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호흡이 너무 많을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하지 않은 노령견의 경우, 심장병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호흡 곤란이 올 수 있다. 반려견이 잠을 자거나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 숨 쉬는 횟수를 세어본다. 배가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을 한 번으로 친다. 1분에 30~40회가 정상이다. 이것보다 빠르다면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니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초콜릿이나 포도, 유박 비료 등 강아지가 급사할 수 있는 것을 먹었을 때다. 이때는 빨리 구토를 시켜야 하는데 집에서는 쉽지 않다. 일부 보호자들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과산화수소수를 구비해두는 경우가 있는데 과산화수소수를 집에서 잘못 먹여 기도로 넘어갔을 경우 폐렴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병원에 빨리 내원해 구토 유발 주사를 맞는 편이 안전하다. 심하면 위 세척을 할 수도 있고, 이미 흡수가 다 되었으면 수액을 맞으며 독성을 희석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Q 위급한 상황을 막기 위한 평소 관리법이 있다면?
첫 번째는 병원을 자주 찾는 것이다. 슬개골 탈구 질문에도 답했듯 매달 예방약이나 접종을 받을 때 병원을 찾아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편이 좋다. 사람도 그러하듯 큰 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음은 적절한 산책과 음식 관리다. 좋은 사료와 충분한 물 등으로 적절하게 영양을 공급하고 산책을 주기적으로 해 운동량을 채워준다. 잘 먹고 운동하는 것, 원론적이지만 이만한 것이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지 않나.

마지막으로 보호자들이 많이 공부하는 것이다. 요즘엔 인터넷만 해도 반려견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꽤 자세히 나와 있다. 나 또한 제대로 된 반려견 정보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유튜브 개알남(개 알려주는 남자) 채널과 더 중앙 플러스에서 '24시 랜선 동물병원'을 연재하고 있다. 실제로 반려견을 위해 공부하는 보호자들도 많아졌다. 미리 공부해두면 반려견이 아프거나 불편한 상황을 빨리 알아채고 대응할 수 있다. 분명 도움이 된다.

안혜진 쿠킹 에디터 an.h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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