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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쏟아낸 야당 참패…그리스는 '경제총리' 손 들어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제 회복을 앞세운 그리스의 중도우파 집권여당인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2차 총선에서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낸 야당을 상대로 압승하며 단독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로써 2027년까지 임기를 한 차례 연장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5) 총리가 경제 회복과 규제 철폐 등 각종 개혁과제 추진에 나설 국정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아테네 신민당 당사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이날 치러진 2차 총선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아테네 신민당 당사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이날 치러진 2차 총선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리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9.63%가 개표된 가운데 집권여당 신민당은 40.55%를 득표하며, 17.84%를 기록한 제1야당인 급진 좌파연합(시리자)을 22.71%포인트 차로 압승했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158석을 차지하며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됐다. 2020년 개정된 그리스 선거법에 따라 2차 총선에서 제1당은 득표율에 따라 20~50석의 보너스 의석을 더 받을 수 있다. 2위인 시리자는 4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신민당은 지난달 21일 진행된 1차 총선 때보다 시리자와 격차를 더 벌린 것인데, 이는 1974년 이후 최대 격차로 제1당이 야당을 따돌리며 승리한 경우라고 유로뉴스가 전했다. 중도 좌파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파속)은 12.5%(32석)를 차지하는 등 총 8개 정당이 차기 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앞서 신민당은 1차 총선에서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한 과반(151석) 의석엔 5석 못 미쳤다. 당시 미초타키스 총리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보다 2차 총선을 노렸고, 결국 단독 재집권에 성공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아테네 신민당 당사에서 2차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아테네 신민당 당사에서 2차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 아테네 신민당 당사에서 성명을 통해 "우리에겐 그리스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야심 찬 목표가 있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큰 변화의 길로 더 빨리 나아가라는 강력한 명령이며, 조만간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같은 선거 결과에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낸 야당보다 경제를 살려낸 여당과 총리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총선 압승으로 미초타키스 총리는 친기업·친자본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를 확보하고 무상 보건의료 시스템을 수술하는 등 향후 민생과 경제 회복에 매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경제통'으로 통하는 미초타키스 총리는 2019년 첫 집권 이후부터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시장 친화적인 개혁을 추진해 그리스 경제를 회생시킨 인물이다. 그는 미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경력을 쌓은 바 있다.

25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치러진 2차 총선에서 집권여당 신민주주의당이 승리를 확정짓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치러진 2차 총선에서 집권여당 신민주주의당이 승리를 확정짓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집권한 이후 만성 적자이던 그리스의 기초 재정수지는 흑자로 돌아섰다. 해외 수출은 2010년 대비 90% 늘었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그리스의 경제 성장률은 8.4%에 달했고,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지난해에도 5.9%로 선방했다. 이에 따라 재정 위기로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받던 구제금융을 지난해 3월 졸업했으며, 국가 신용등급도 투자적격(BBB-) 진입을 앞두고 있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보여준 이런 경제적 안정과 성장 등 가시적인 성과가 야당이 내세운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와 맞물리면서 민심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리자에선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후보로 나섰는데, 2015년 집권 당시 구조조정과 긴축을 거부하다 국가부도를 겪으며 물러난 바 있다.

치프라스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도 최저임금과 연금 수령액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포퓰리즘 공약을 내걸었으나 싸늘한 민심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년간 국가 부도로 경제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던 그리스 국민은 불확실한 그때로 돌아가는 걸 물질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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