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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복지·나랏빚…‘그리스병’ 수술한 미초타키스, 총선 압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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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신민당 당사 앞에서 총선에서 승리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대승을 “정치적 지진”이라며 환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신민당 당사 앞에서 총선에서 승리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대승을 “정치적 지진”이라며 환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과도한 복지 지출과 만성적 재정 적자로 상징되는 ‘그리스병’을 고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5) 그리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성향의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이 21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는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통해 ‘유럽의 문제아’ 그리스를 ‘유럽의 기대주’로 탈바꿈시켰다. 2012년 국가 부도 사태로 신용 등급이 최하위로 추락했던 그리스는 2021년 8.1%, 지난해 5.9%의 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그리스 내무부에 따르면 신민당은 41%를 득표해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146석을 확보했다. 단독 정부 구성이 가능한 과반(151석)에는 5석 못 미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이끄는 급진 좌파연합 시리자(20%)는 71석에 그쳤다. 중도 좌파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파속)이 41석, 소수당인 그리스공산당과 그리스해법이 각각 26석과 16석으로 뒤를 이었다. 투표율은 61%로, 2019년 총선(58%)을 웃돌았다.

그간 여론조사에선 신민당과 시리자의 득표율 격차가 6~7%포인트로 추정됐는데, 실제 선거에선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예상 밖 대승에 미초타키스 총리는 “정치적 지진”이라며 환호했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희망이 비관론을 이겼고, 단결이 분열을 이겼다”며 “그리스 국민은 강력한 국가를 위해 개혁을 실행할 정부를 원하고 있으며, 우리는 독립적으로 강력하게 통치하라는 국민의 승인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또 “다음 전투는 중요하고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강조, 2차 총선을 치러 단독정부로 집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스는 1차 총선에서 과반 득표 정당이 없으면 연정을 통해 과반을 채워 집권하거나 2차 총선을 치러야 한다. 1차 총선으로부터 40일 이내 치러지는 2차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 득표율에 따라 20~50석의 보너스 의석을 더 받을 수 있다. 2차 총선은 6월 25일 또는 7월 2일 치러질 예정이다. 신민당이 승리하면 미초타키스 총리의 임기는 4년 연장된다.

이번 총선 결과는 미초타키스 총리가 추진한 그리스병 고치기에 민심이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총선에서 시리자를 몰아내고 집권한 미초타키스 총리는 선거 기간 자신을 “그리스의 최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하버드대 졸업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컨설턴트로 일했던 그는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무상 의료, 연금 제도 등을 대수술했다. 만성 적자이던 재정 수지는 흑자로 돌아섰다. 2021년 그리스 수출은 2010년 대비 90% 늘었고,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정권 초기인 2020년 206%까지 치솟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 171%로 떨어졌다.

선거 기간 신민당은 지난 2월 57명이 사망한 그리스 사상 최악의 열차 충돌 사고와 지난해 국가정보국(EYP)의 니코스 아드룰라키스 파속 대표 및 언론인 휴대전화 도청 스캔들이란 초대형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경제를 망친 정부’의 그림자는 길었다. 가디언은 “그리스인들이 신민당 집권기 민주주의 후퇴보다 경제적 성과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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