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체제작 아이돌'의 시작…저작권 등록만 149곡인 '우리 우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K엔터

K엔터’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9년 차 보이밴드 세븐틴의 보컬팀 리더이자 메인 프로듀서 우지. 그는 ”떠오르는 게 있을 때마다 핸드폰에 메모와 음성 녹음을 남기는 습관이 있는데 만든 곡 절반 가까이가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때로는 꿈의 내용과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비몽사몽한 채로 메모했던 키워드가 곡이 되기도 한다. ‘바람개비’와 ‘먼지’가 이런 경우다. 사진 플레디스

9년 차 보이밴드 세븐틴의 보컬팀 리더이자 메인 프로듀서 우지. 그는 ”떠오르는 게 있을 때마다 핸드폰에 메모와 음성 녹음을 남기는 습관이 있는데 만든 곡 절반 가까이가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때로는 꿈의 내용과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비몽사몽한 채로 메모했던 키워드가 곡이 되기도 한다. ‘바람개비’와 ‘먼지’가 이런 경우다. 사진 플레디스

보이밴드 세븐틴과 손오공은 꽤나 비슷한 서사를 갖고 있다. 어린 시절엔 장난스러운 꼬맹이였지만 수련을 통해 극적인 성장을 이룬 후 활약하는 손오공처럼, 사랑이 전부인 천진난만한 소년을 표현해 온 세븐틴도 이제는 성장통을 앓는 청년을 보여주며 음악 성장사를 쓰는 중이다.

2015년 5월 26일 데뷔한 세븐틴은 13명의 다국적 멤버(에스쿱스·정한·조슈아·준·호시·원우·우지·디에잇·민규·도겸·승관·버논·디노), 3개의 유닛(보컬팀·퍼포먼스팀·힙합팀)이 하나(1)를 이룬다는 의미다. 지난해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발표한 세계 아티스트 매출 톱 6위로 올라섰다. 4월 24일 낸 미니 10집 ‘FML’(에프엠엘)은 발매 하루만에 4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타이틀 곡 ‘손오공’은 각종 글로벌 차트에서 커리어하이를 경신 중이다.

그룹 세븐틴. 이들은 지난해 13명 전원 재계약에 성공했다. 중국인이 포함된 다국적 아이돌 중 멤버 변동 없이 재계약한 첫 사례다. 사진 플레디스

그룹 세븐틴. 이들은 지난해 13명 전원 재계약에 성공했다. 중국인이 포함된 다국적 아이돌 중 멤버 변동 없이 재계약한 첫 사례다. 사진 플레디스

이 중심엔 멤버 우지(26· 본명 이지훈)가 있다. 우지는 세븐틴 메인 프로듀서로서 2015년 데뷔곡 ‘아낀다’를 시작으로 ‘만세’, ‘아주 NICE’(아주 나이스), ‘박수’, ‘울고 싶지 않아’, ‘HOT’(핫), ‘손오공’까지 세븐틴의 음악 색깔을 만든 주인공이다. 연습생 시절부터 춤과 노래는 기본, 제작 능력까지 독보적이었던 그를 회사(하이브 레이블 플레디스)에서 “우리 지훈이”라며 애지중지해 예명으로 굳어졌다. 6월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그의 노래는 149곡에 달한다. 요즘도 컴백 활동과 월드투어를 하면서도 다음 컴백을 준비한다며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낸다. 시간을 쪼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 우지는 빼곡한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1문1답.

쉬는 날엔 뭘 하나.
스케줄이 없을 때에는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최대한 많이 자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마치 방전된 핸드폰을 충전하는 것처럼.
작사·작곡 능력은 타고난 건가.
사실 재능이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재능 있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가끔 벽에 부딪힐 때면 ‘내가 좀 더 재능이 있었다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처음 만든 자작곡은.
연습생 시절 멤버 원우가 들고 온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작곡을 처음 접했는데 재미를 느꼈다. 중학교 3학년 때 눈에 보이는 노래라는 것을 얼추 비슷하게 만들었다. 부끄러워서 제목을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 ‘제목이 뭐였더라’라는 곡이다. 그 당시만 해도 제목과 가사가 굉장히 메리트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관련기사

데뷔 당시 ‘자체제작 아이돌’이란 콘셉트가 없었다. 어떻게 ‘아낀다’로 데뷔하게 됐나.
애초에 내가 만든 곡으로 데뷔하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취미나 특기처럼 곡 쓰는 것을 혼자 하고 있었다. 심지어 원래 회사 계획 자체도 세븐틴은 자체 제작으로 앨범을 만드는 가수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유명 작곡가님께 받은 데모곡들도 존재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우리가 만든 음악을 회사 분들이 마음에 들어하시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 이후 차근차근, 또는 뭐 어찌어찌 치열하게 지내다 보니 이렇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활동과 병행하면서 곡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솔직히 거의 모든 곡이 작업하기 힘들었다. 같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제 되던 것이 오늘은 안 되고, 오늘 안 됐던 무언가가 내일은 가능해지더라.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도 다음 날 들어보면 괜찮을 때가 있기도 하고, 반대로 신이 날 정도로 대박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다음 날엔 굉장히 부끄럽기도 했다.
세븐틴은 멤버들끼리 팀 반지를 맞춰 착용한다. 우지가 포즈를 취해 새끼 손가락에 낀 팀 반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플레디스

세븐틴은 멤버들끼리 팀 반지를 맞춰 착용한다. 우지가 포즈를 취해 새끼 손가락에 낀 팀 반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플레디스

요즘엔 자체 제작 능력을 갖춘 아이돌이 많다. 세븐틴만의 장점이 흔해진 것은 아닐까.
곡을 쓸 줄 안다고 해서 그 능력이 무조건 그 팀만의 강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븐틴은 세븐틴 자체로 강점이 있는 팀이다. 자체 제작은 우리 팀을 표현하는 뚜렷한 특징들 중 하나일 뿐이다. 아이돌이 작곡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수는 가수여야 한다. 좋은 실력의 춤과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직업이다. 그런 좋은 가수들이 충분히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프로듀싱은 한 가지 특징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앨범마다 세븐틴의 성장이 담겨있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다. 
곡 작업에 있어 성장에 따른 서사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지금’이라는 것은 지금도 지나가고 있다. 어제는 돌아오지 않고, 미래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에 가장 집중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우리의 지금’을 음악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말이 웃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세븐틴은 변해왔지만 변하지 않았다. 억지로 만들어내는 모습이 아니라 ‘가장 지금의 우리’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캐럿(세븐틴 팬)이 바라는 세븐틴일 것이라 감히 추측해 본다. 그래서 궁금하다. 캐럿은 세븐틴을 어떤 청년으로 보고 있을까.
세븐틴 프로듀서로서, 혹은 멤버 우지로서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은 뭔가.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다. “세븐틴 너무 멋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