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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트 예찬했지만…한국 온 넷플릭스 CEO, 선그은 과제 셋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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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으로 콘텐트 업계가 들썩였지만, 큰 실속은 없었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망 사용료 ▶계정공유 유료화 정책 ▶제작사 수익 분배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랜도스 CEO는 앞서 지난 4월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3년간 25억달러(약 3조2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투입한 금액의 두 배다. 이후 두 달여만인 21~22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박찬욱 감독과의 대담,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회동을 통해 ‘K콘텐트 예찬론’을 펼쳤다. 서랜도스 CEO 는 2016년 6월 넷플릭스 최고콘텐트책임자(CCO)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서랜도스 “망 사용료 협업으로 풀어야”

서랜도스 CEO는 망 사용료, 계정공유 유료화 정책 등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차 반복했다. 사진 넷플릭스

서랜도스 CEO는 망 사용료, 계정공유 유료화 정책 등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차 반복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한국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놓고 3년째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업체라면 전용선 사용료를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통신망 구축 비용은 통신 사업자의 몫이라는 주장을 유지해왔다.

서랜도스 CEO는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망 사용료 갈등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에 “사용료 이슈는 갈등이 아닌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를 위해 오픈커넥트시스템에 10억 달러(1조30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또 “6000개 이상 지점에 다양한 국가에서 인터넷이 빨라질 수 있도록 투자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좋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양측이 협업 할 수 있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의 ‘망 협업론’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CEO는 양측의 협력을 강조하며 망 사용료 지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 역시 같은 논리로 “넷플릭스는 세계 어디에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매년 수백억원을 통신망 업체에 납부 중이다. 이들 플랫폼을 통한 콘텐트 이용 증가로 망 사업자의 시설 투자 비용이 늘어났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이중요금 부과’라는 입장이다.

앞으로는 빅테크 기업에 더 많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대규모 트래픽 발생 기업의 공정 기여에 대한 결의안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채택, 표결에 부쳐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의회에 제안할 예정인 ‘기가비트 연결법’(가칭)의 통과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등 트래픽 유발 콘텐트 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는 내용의 법안 7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계정공유 유료화 세계적으로 이어갈 것”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지난해 3월 중남미 지역에서 최초 도입한 계정공유 유료화 정책은 한국에서도 시행될 전망이다. 서랜도스 CEO는 ‘새로운 계정공유 방식을 한국에 도입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오늘 발표할 내용은 없다”면서도 “새로 도입한 계정공유 방식은 세계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국에도 조만간 계정공유 유료화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계정공유 유료화는 한 집에 살지 않는 사람과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는 정책이다. 넷플릭스는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 중남미 3개국에서 이 정책을 처음 도입한 뒤 캐나다,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멕시코, 영국, 독일 등으로 도입 국가를 넓히고 있다. 넷플릭스 주가는 계정공유 유료화 실시 이후 가파른 상승세다. 넷플릭스는 지난 1년간 두배 넘게(137%) 오른 42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식재산권(IP) 독점과 제작사 보상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이후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해 별도 러닝 개런티 없이 250억원 수준의 제작비만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익 배분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서랜도스 CEO는 “크리에이터, 프로듀서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업계 최고 수준으로 보상하고 있으며, 시즌2가 나올 경우 전작의 흥행 수준을 고려해 더욱 나은 수준으로 보상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서랜도스 CEO의 방한은 한국 콘텐트 투자 계획 ‘재방송’ 외엔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는 분명히 한국 제작사에 기회지만, 망 사용료와 IP 분배 등의 콘텐트 선순환을 위한 주요 안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국 콘텐트 기업의 성장이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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