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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높아진 자의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주부들의 자의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에 대한 희생과 봉사만으로 살아오며, 남편이나 자식의 성공에서 대리 만족을 취하며 자신의 삶을 보상받으려 했던 주부들이 자의식에 눈을 뜨면서 끊임없이 「나」를 찾는 자기 확인작업을 다양하게 시도하고있다.
지난 5월27일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연재, 지난주까지 27회를 계속해온 "주부문화, 이렇게 달라진다" 시리즈는 바로 이 같은 주부들의 자의식 발견이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조해내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주부들의 생활문화는 어느 한 방향에 집중돼 있지 않고 정치·사회에서 취미·봉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향으로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반상회 등을 통해 마을의 문제에 대해 조금씩 자신의 견해를 밝혀오던 주부들은 이제 아파트 부녀회라는 조직을 갖추고 집단행동도 불사하며 민원을 해결하는가하면 (시리즈 24회), 「정치의 문외한」으로 치부되던 지난날과는 달리 지방자치제 등 여성 정치교실에도 줄지어 참석할 정도로 (시리즈 27회) 달라진 주부들의 정치 문화를 보여준다.
84년 5월 국내 처음으로 설치된 한국여성개발원의 여성자원활동 인력은행에도 약2천7백 명의 주부들이 자원봉사자로 등록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사회단체 또는 개별적인 소그룹 활동으로 이웃을 위한 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시리즈 7회). 뿐만 아니라 유기농산물로 가족들의 식탁에 안전을 꾀하던 주부들이 점차 공해 추방에 관심을 가지는 변화를 보여주었고 (시리즈 14회), 자발적으로 상담활동을 하기 위해 상담원 교육을 받는 등 (시리즈 17회) 주부들의 건전한 사회문화의 일면도 드러내고 있다.
핵가족·소 자녀주의·서비스산업의 발달 등으로 생겨난 주부들의 「자기시간」은 과거 일부 부유층 주부들의 전유물이었던 취미생활을 중산층 주부들에게로까지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다.
노래부르기 열풍 (시리즈 1회) 고전무용 등 전통문화 익히기 (시리즈 21회) 비디오 카메라 교육열풍 (시리즈 25회) 등은 주부들이 새롭게 창조해가고 있는 취미문화의 현장이다.
달라진 주부들의 취미문화의 일단은 단순히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히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백일장 등 각종 대회에 나가 입상한다든지 (시리즈 15회)보다 이론적인 체계를 확립해 책으로 펴내는 식으로 (시리즈 16회) 발전해가고 있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학업에의 정진도 달라진 주부 문화의 한 부류를 이루고 있다. 평생 교육장을 통해 학문의 세계를 접하고 (시리즈 2회), 컴퓨터 등 새로운 첨단기기를 직접 배워 가정에서의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시리즈 13회). 국제사회에 대비해 외국어를 배우는 것 (시리즈 22회)은 달라진 생활문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에 대한 투자」도 서슴지 않아 멋 내기 교실을 기웃거리며 (시리즈 10회) 여행도 즐기고 (시리즈 19회) 운동도 한가지쯤은 하는 것이 (시리즈 4회) 요즘의 주부들이다.
이 같은 새로운 주부문화들은 육아의 의무를 대체로 벗어난 30∼50대 주부들을 주축으로 이끌어져가고 있다.
노후의 삶에 대비하며 (시리즈 18회) 더 이상 자식에게 연연해하지 않는 (시리즈 11회) 오늘의 주부들은 손수 차를 몰며 행동반경을 넓혀나가고 있다 (시리즈 26회). <끝><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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