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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中, 북한에 영향력 행사 않으면 방어자산 더 배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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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을 만나고 돌아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만약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ㆍ일과 함께 우리 자신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을 수행했던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도 한국을 찾아 "중국은 북한을 제어할 능력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과 만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미 국무장관을 만난 건 5년 만이었다. AP. 연합뉴스.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과 만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미 국무장관을 만난 건 5년 만이었다. AP. 연합뉴스.

블링컨 "中, 안 좋을 것"

블링컨 장관은 20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어떤 이유로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국, 일본과 함께 우리 자신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방어 자산을 역내에 배치하고 함께 훈련하는 것을 포함한 이런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례 없는 강도로 무력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을 향해 중국이 미리 손을 쓰지 않으면 한ㆍ미ㆍ일이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사실상의 '경고'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을 수행했던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도 21일 회담 결과를 한국 측에 디브리핑(debriefing·사후 설명)하기 위해 방한해 북핵 문제 관련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하고 카운터파트인 최영삼 차관보와 오찬을 겸한 회담을 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만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만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뉴스.

안보리 상임이사국 책임 촉구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통해 중국 측과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며 "앞으로도 미ㆍ중 간 오해와 오판에 따른 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한편, 자유롭고 개방된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우방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 방중을 계기로 미ㆍ중은 날로 무모해지는 북한의 도발 행위와 위협적 언사에 관해 논의했다"고 전하면서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대북 영향력을 보유한 특수한 위치에 있는 만큼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여 줄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 차관보도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이라며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촉구하자"고 강조했다.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오른쪽)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1일 서울에서 오찬 겸 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외교부.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오른쪽)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1일 서울에서 오찬 겸 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외교부.

中 기존 입장 반복한 듯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회담 후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 행위를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독려할 능력과 책임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 요구와 관련한 중국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는 "상대국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중국의 기존 입장은 한국 분들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중국 측이 이번 미ㆍ중 회담에서도 '북한 도발의 배경에는 한ㆍ미의 책임도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중국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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