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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산병원 '상습 성추행' 공포의 H교수…세달 뒤 돌아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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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공의와 간호사 등 10여 명을 상습 성추행·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H교수가 두 달 전 정직 5개월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피해자에게 징계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어, 피해자들도 최근에서야 이를 인지했다고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6일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주석중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재직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아산병원 전경.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전경.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최근 “지난 4월 H교수에게 정직 5개월 처분을 내렸다. 내부 규정이라 기준을 공개할 순 없지만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한 징계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지난달 말 피해자에게도 알렸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지난 3월 H교수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본지 보도 당시 진행되고 있던 진상조사를 마치고 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3개월이면 H교수가 피해자들과 같은 근무지로 복직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H교수의 구체적인 복직 계획을 묻자 하루 뒤인 21일 “분리조치가 될 수 있도록 당직과 교육 등 해당 과의 근무 스케줄을 사전에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교수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함께 일하던 전공의와 간호사들을 상습 성추행한 의혹을 받았다. 병원에 접수된 복수의 피해 제보들에 따르면 “중환자실 회진 때 불편한 허벅지·어깨 터치가 지속됐다. 하루는 속옷이 만져지는 옆구리를 6번 이상 쓸어내렸다” “등·어깨·팔 등을 잘 터치한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근무 중 한쪽 팔로 어깨를 감싸안는 등 도를 넘는 행동들이 있었다” “스킨십이 흔했다. 병동에 환자 보러 갔다가 돌아오면서 팔짱 끼며 ‘데이트 하러 가자’고 했다” 등 구체적인 행위가 적시돼 있다. 또 “간호사들한테 눈에 띄게 터치가 많았다” “간호사 선생님의 어깨를 갑자기 주물럭거리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는 복수의 목격 제보도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H교수의 성희롱에도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여성 전공의 등에 “프로필 사진을 예쁜 얼굴로 바꿔놔라” “힘드니까 몸매는 유지 되겠다”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일부 피해자는 H교수로부터 받은 피해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H교수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나 방송 출연 등으로 이름이 알려진 의사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주요 보직을 맡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 연합뉴스

서울 송파경찰서. 연합뉴스

 한편 관할서인 송파경찰서는 지난 3월 보도 이후에도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송파서 관계자는 이날 “피해자의 고소가 없었고, 병원의 수사 의뢰도 없어 2차 피해를 생각하면 성급하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범죄는 친고죄(고소권자의 고소가 요구되는 범죄)에 해당되지 않아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다. 언론 보도로 범죄 혐의를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정직 5개월 소식을 들은 일부 피해자들은 고소·고발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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