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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줄자 “대목 공쳤다” 푸념/국감 이면(정치와 돈:3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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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슬쩍 변죽만 울린 뒤 뒷거래 벌이기 일쑤/한 건 3백만원 정설… 의원 따라 천차만별/주간연재
국회의원에게 가장 신명나는 일 중의 하나가 국정감사다.
위세도 한껏 부릴 수 있고 대접을 받아가며 부수입도 짭짤하게 올리니 그럴만하다.
평민당이 의원직 사퇴서를 내놓고 국회 밖에서 맴돌 때 의원들이 내심 가장 안타까워 한 것이 국감대목을 놓친 것이었다. 적당한 시기에 등원이야 하겠지만 금쪽 같은 국감기간이 줄어들게 뻔하니 애가 탈만 했다. K 의원의 말처럼 국감기간 단축은 수지균형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었다.
재선인 K 의원은 『예년 같으면 정기국회를 앞둔 8월부터 「성의」가 답지했을텐데 금년에는 밥먹자는 사람도 없더라』면서 황금기에 공친 것을 섭섭해했다.
뒤늦게 반쪽감사를 한다지만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푸념이다.
더욱이 여소야대하의 두 차례 국감 때는 정부측이 설설 기더니 거여 출현 후 처음 맞는 이번 국감 때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눈에 띄게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봉투도 얇아지고. 야당 의원들은 예상 못 한 바 아니나 너무 심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J 의원은 지난 두 차례 국감 때 챙긴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금년은 절반도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
평민당 지도부도 저간의 사정을 감안,작년까지는 뒷거래에 따른 스캔들을 막기 위해 소속의원들에게 개별행동을 자제하라는 국감지침을 시달했지만 금년에는 아예 모른 척하고 있다.
여당으로 옮긴 민주·공화계 의원들도 나름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골프하자』 『술 한잔 하자』는 제의가 쏟아졌으나 이제는 「우리 편」으로 생각해서인지 아예 신경을 안 쓴다는 얘기다.
이처럼 여야 의원 대다수가 전만 못한 국감경기를 불평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전혀 냉랭한 것만은 아닌 것 같은 눈치다.
아침·저녁으로 호텔을 출입하며 은밀히 손님을 만나는 의원들이 부쩍 많아졌다.
약속 스케줄이 밀린 일부 의원들은 국감 도중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 바깥 나들이를 하기도 했다.
평민당의 L 의원은 『나야 주변머리가 없어 죽치고 앉아 있지만 잽싼 K 의원 등이야 바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이석이 잦은 동료를 못마땅해 했다.
이 과정에서 오가는 「성의표시」는 위원회별·의원개인별로 천양지판이지만 대개는 한 건에 3백만원 안팎이라는 게 정설이며 이권이 걸려 있는 내용에서는 수천만원이 오가기도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의원당 평균 얼마라고 셈하기는 불가능하다.
아무튼 좋은 위원회니,인기상위니 하는 것도 결국 이런 기회가 많은 것과 무관치 않은데 산하단체가 많은 경제관련 상위나 내무위 등이 노른자위로 꼽힌다. 반면 외무통일·국방·노동위 등은 한데로 불리고 있다.
의원들의 수입은 수감측이 건네 주는 봉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감을 기회로 인사청탁을 하거나 이권을 따내는 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업자의 청부를 받아 상대를 몰아치거나 막아주는 대가로 받는 거래도 있다는 것이며 인사조보다 부정·흑막의 소지가 개입될수록 단위는 더 커진다.
변죽만 울려 간담을 서늘하게 한 뒤 협상하거나 큰 비리라도 들춰낸 양 수감측을 닦달해 놓고 『답변은 필요없다』며 뒷거래를 트는 수법도 항용 있다. 괜히 목소리가 큰 의원일수록 이럴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위는 그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는데 이같은 불명예는 건설업을 하거나,했던 일부 의원들이 내놓고 「장사」를 한 데서 비롯됐다.
민자당의 K·L 의원,평민당의 S 의원이 그들이다.
어떤 분야에는 수감측보다 조예가 깊은데다 세밀한 증빙자료까지 제시하면서 닦달하고는 적당히 멈춘 후 흥정을 벌이는 게 그들의 수법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한다. 동료의원들은 이들이 목청을 돋울 때면 『정말 냄새가 난다』며 자리를 비키기도 한다.
동료 의원간에 심하다고 낙인찍힌 S 의원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조차 고개를 저으며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덜미를 잡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S 의원의 경우 이렇게해서 따낸 공사액이 상당하리란 추측이다.
건설부 산하 모 단체장은 이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서슴지 않으면서 이권뿐 아니라 인사청탁 건만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내무위도 건설위에 뒤지지 않다는 평으로 내무위가 전국 시도를 몽땅 감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수금」뿐 아니라 민원,이권 해결에도 목적이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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