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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불체포 권리 포기” 여당 “말로만 말고 실천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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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마친 후 퇴장하며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마친 후 퇴장하며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국회의원의)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 아니고 100번이라도 응하겠다”며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을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실상을 국민께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은 손뼉을 쳤고, 국민의힘 의원은 야유를 쏟아냈다.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코인 의혹 등으로 당 전체가 도덕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20일 새 혁신기구 출범을 앞둔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당내 해석이 나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귀국하는 시점(24일)을 앞두고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향후 수사와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아볼 만하다는 계산이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측은 최근 “검찰의 유일한 동아줄인 유동규의 (법정) 진술이 갈팡질팡하고 있다”(박찬대 최고위원)는 등 수사·재판에 부쩍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비명계도 이 대표 발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이렇게 한쪽 팔을 내놓고 싸워야 승산이 있다. 이제야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에서도 “뒤늦은 조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앞서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관련 혐의의 이 대표와 돈봉투 의혹의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민주당의 반대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이들은 영장실질심사를 피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하면 좋겠다”며 “지나간 버스를 다시 세우겠다는 건데, 불체포 특권을 남용했던 민주당 사람들의 체포동의안을 지금 다 다시 처리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돈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이전에 이 선언이 나왔더라면, 진작 대선 공약이 제대로 이행됐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굴 수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좋은 이야기”라며 “다만 그걸 어떻게 실천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부는 더 이상 일본 정부를 대신하는 것처럼 안전성만 강변하지 말고, 주권국가답게 방류를 막기 위한 실질행동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에도 함께할 일이 많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1일 1질문 브리핑’도 시작했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일일 브리핑의 맞불 성격이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 브리핑에서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동의하면서 국제무역기구(WTO)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할 수 있나”라고 정부에 공개 질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주말 이 대표가 꺼내 든 ‘핵 폐수’ 용어도 사흘째 확산시키고 있다. 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윤재갑 의원은 20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단식농성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는 일일 브리핑에서 ‘핵폐수’ 용어를 사용한 이 대표를 향해 “이러한 단어 선택은 우리 국민들께 과도하고 불필요한 걱정과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우리 어업인들과 수산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모습에선 ‘광우병 소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던 한 배우의 모습이 오버랩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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