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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트롱 원' 배경엔…기업 자본 '유턴' 이끈 감세효과

중앙일보

입력

달러 당 원화가치가 한달새 45원가량 오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 영향과 함께 법인세법 개정에 따른 국내 기업의 ‘자본 리쇼어링(해외 자산의 국내 회귀)’도 원화 가치를 높인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감세 정책이 박스권에 갇혔던 원화값을 끌어 올리는 데 한몫한 셈이다.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외화를 검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외화를 검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16일‧1271.9원)보다 10.1원 떨어진 1282원에 거래를 마쳤다.(환율은 상승) 이날 원화값이 떨어지긴 했지만 한 달 전인 지난달 19일(1326.7원)에 비하면 44.7원 올랐다.

Fed가 이달에 15개월 만에 금리 동결 조치를 한 데 따른 달러 약세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Fed의 금리 동결만으로 원화 강세 흐름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약 달러는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데 최근 들어선 유독 원화가 강세 흐름을 보여서다. 지난해 나홀로 강세를 보였던 '스트롱 달러'에 빗대 '스트롱 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값은 지난달 19일 대비 5.2%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엔화 값은 달러 대비 3.3% 하락했다. 영국 파운드화(-2.3%), 중국 위안화(-2%), 유로화(-1.9%)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위기 때나 나타나던 1300원대에 갇혀있던 달러 대비 원화값이 최근 들어 오른 건 외화의 국내 유입 덕분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의 진단이다. 반도체 시장 회복 기대감에 따른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과 함께 자본 리쇼어링이 달러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뿐 아니라 일부 그룹의 자본 리쇼어링 현상도 달러 수급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법인세법 개정 영향으로 주요 그룹의 배당금 역송금이 확대되고 있고 이는 원화 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법인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해외에서 이미 과세된 배당금에 대해서는 금액의 5%만 국내에서 세금을 부과한다. 이 영향으로 주요 그룹의 해외 자회사 소득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해외법인 배당금 수익 8조4400억원을 국내로 들여왔다. 지난해 1분기 대비 66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LG전자도 올 1분기에 해외 법인 배당금 수익 6095억원을 국내로 들여왔다고 공시했다. 전년(1567억원)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계열사 해외 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직전 연도 대비 4.6배 늘려 59억 달러(약 7조8000억원)를 유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 국내로 자금을 유입시켜 결과적으로 저평가됐던 원화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셈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원·엔 환율 8년 만에 800원대 

원화 강세에 ‘엔저(低)’ 현상이 더해지며 이날 원·엔 환율은 지난 2016년 6월 25일 이후 8년 만에 800원대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8시 23분에 하나은행이 고시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후 엔화값은 올라 이날 서울 외환시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905.21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6월 25일엔 오후 3시 30분 기준가도 800원대(897.91원)를 기록했었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만 완화 정책을 고수한 것이 엔화 가치의 하락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지낸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엔화 가치가 이미 많이 떨어져 저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본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원·엔 환율은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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