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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구 경찰청장 "다른 곳도 터줬다…퀴어축제만 제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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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는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행정대집행에 나선 공무원들이 행사 차 진입을 막으려 하자 경찰이 이들을 해산했다. 뉴스1

지난 17일 오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는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행정대집행에 나선 공무원들이 행사 차 진입을 막으려 하자 경찰이 이들을 해산했다. 뉴스1

대구 퀴어문화축제에서 발생한 대구시 공무원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 사태와 관련,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이 “개인적 판단이 아닌 경찰청 본청과 협의해 내린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김수영 청장은 19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집회 전에 대구시가 시내버스 노선 우회 요청을 두 차례 거절하고 주최 측 도로점용이 예상된다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며 “이와 관련 경찰청에 ‘대구시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며 문의를 했는데 경찰청에서 법리검토를 통해 (집회 보호) 결론이 나왔고, 20개 중대를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김 청장 “적법한 집회, 막을 수 없어”

김수영 대구경찰청장. 지난 6월 5일 대구 남구 충혼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영 대구경찰청장. 지난 6월 5일 대구 남구 충혼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청장은 “집회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금지할 수는 있지만, 보통 법원을 통해 집회를 강제로 해산해야 할 만큼 공공질서에 명백한 위협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면 행정대집행은 위법이라는 통상적인 법원 판례 등에 따랐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 동성로상인회와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 등은 대구지법에 집회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집회가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장이 될 수 있다”며 기각했다.

김 청장은 “경찰은 집회 허가가 아닌 신고를 받는 처지”라며 “그동안 민노총 등 다른 집회도 해당 도로에서 진행한다고 경찰에 신고하면, 주최 측도 따로 대구시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고, 대구시는 통상적으로 길을 터줬는데 퀴어문화축제만 제재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축제 주최 측 도로 무단점용은 과태료 처분에 해당하지 행정대집행 사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20년째 기독교를 믿으며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대구경찰청장으로서는 모든 시민을 보호해야 하며 법원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집회를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도로점용은 별도 허가받아야”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17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17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대구시는 “행정대집행을 할 만한 사유가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도로 통행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해야 할 경우 행정대집행이 가능하다는 도로법 제74조를 근거로 들었다.

대구시는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당시 현장을 찾은 홍준표 시장은 경찰이 행정대집행을 막자, 축제를 “도로 불법점거 행사”라고 규정한 뒤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대구시에서 버스통행 우회 불가와 도로점거 불가를 통보했는데 대구 경찰청장은 이를 무시하고 퀴어 축제만을 위해 우리 공무원을 다치게까지 하면서 강압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대구 경찰청장이 집회·시위 제한 구역인 줄 몰랐다면 옷 벗어야 하고 알고도 그랬다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죄에 해당한다”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19일 오전 소셜미디어에도 생각을 밝혔다. 홍 시장은 “문제 된 동성로 거리는 집시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라 집회가 제한된 구역이고, 집시법에는 집회 신고를 하면 도로점용허가를 당연히 받은 것으로 한다는 의제 조항이 없다”며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이 도로점용 허가를 대신 할 순 없다. 우리는 퀴어축제를 막은 게 아니라 공공도로를 불법점거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고 썼다.

그러면서 “국토부 유권해석에도 집회 신고를 받더라도 도로 점용 허가는 별도로 받아야 한다”며 “(주최 측이) 도로점용허가를 신청한 일도 없고, 집회가 제한된 공공도로를 무단점거해서 집회하겠다는 것을 행정대집행으로 막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 시장은 “쟁점이 되는 몇가지 법 조항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 법적·행정적 책임을 묻겠다”며 “이런 문제가 앞으로 전국에서 생길 수 있으니, 법제처에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서 해석해 달라는 거다. 합당한 해석을 해주면 그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7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7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앞서 17일 오전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 경찰과 대구 공무원들이 몸으로 부딪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퀴어문화축제 준비를 위해 주최 측이 부스와 무대 설치물 등을 실은 자동차 진입을 시도하자, 대구시와 대구 중구 공무원 500여명이 길을 막아서면서다. 대구경찰청은 기동대 등 1500여명을 투입해 공무원들을 해산시켰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축제를 방해한 행정 당국을 이르면 다음주 주중에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축제 조직위 측은 “행정 당국이 집시법을 위반했고 행정대집행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며 “행정대집행은 계도장이 먼저지만 애당초 (무대설치) 등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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