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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식판에 담긴 밥과 김치인데 알고 보니 종류만 260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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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아워홈은 지난달 개인별 맞춤 정기구독 서비스 '캘리스랩'을 론칭하고, 구내식당에서 1:1 맞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워홈

아워홈은 지난달 개인별 맞춤 정기구독 서비스 '캘리스랩'을 론칭하고, 구내식당에서 1:1 맞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워홈

16일 찾은 서울 강서구에 있는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 내 구내식당. 이곳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500여 명 중 30명은 지난 4월부터 특별한 식사를 ‘구독’하고 있다. 전문가와 일대일 상담을 통해 ①당뇨·고혈압 등 질환을 체크하고 ②키·몸무게 등 신체 측정 결과를 반영하며 ③가족력과 생활 습관 데이터 등을 통해 맞춤형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고 분석된 ‘슬림핏’은 끼니당 칼로리를 500kcal 이하로, 근육 강화가 요구되는 ‘머슬핏’은 단백질을 27g 이상으로 한다. 이어 4주 단위로 영영사와 개별 상담을 이어간다. 구독자 김진규(28)씨는 “체중과 체지방 감량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유통가 화두는 개인화 넘어 ‘초개인화’

캘리스랩 부스 한 편에 마련된 개인 건강 측정 기기. 여기에 건강검진 정보 등을 고려해 영양 상담이 이뤄진다. 유지연 기자

캘리스랩 부스 한 편에 마련된 개인 건강 측정 기기. 여기에 건강검진 정보 등을 고려해 영양 상담이 이뤄진다. 유지연 기자

같은 식판에 놓인 같은 밥과 국이지만 ‘다르다’   

이 회사는 전국 850여 개 사업장에서 날마다 100만 끼니 이상의 식사를 제공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각 식단과 개인 데이터를 분석, 지금까지 260여 개의 ‘일대일 식단’을 개발했다. 정지현 아워홈 밀케어플랫폼사업부 담당은 “최근 고객사 직원 50여 명을 대상으로 4주 점심 구독 시험을 해봤더니 체질량지수(BMI)와 혈압 개선 효과가 있었다”며 “일반 식단가 대비 50%가량 비싸지만 다른 기업·아파트 단지 등에서 서비스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위험군일 경우 추천받는 케어식. 저염, 저당 조리법으로 500칼로리 이하로 제공된다. 사진 아워홈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위험군일 경우 추천받는 케어식. 저염, 저당 조리법으로 500칼로리 이하로 제공된다. 사진 아워홈

18일 식품·유통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구개발과 마케팅의 화두는 ‘초개인화’다. 초개인화는 개인화에서 진화한 개념이다. 개인화가 개인의 취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하는 정도라면, 초개인화는 개인 한 명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해 다양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한층 고도화한 기술이다. 같은 식판에 놓인 같은 밥과 국, 반찬을 먹는 구내식당 급식도 ‘개인 맞춤’을 표방하고 나섰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초개인화 시도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G마켓은 지난 3월 모바일 앱 전면에 인공지능(AI)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했다. 예전 같으면 ‘30대 남성’ ‘20대 여성’ 식으로 고객군을 나눠 화면을 편집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각각 노출되는 상품의 순서가 모두 다르다.

이 회사 김선호 AI프로덕트팀장은 “구매 및 조회 기록·고객 성향 등을 바탕으로 중‧단기 관심사와 최근 트렌드·계절감 등 외부 요인을 반영해 개인별 추천 랭킹을 만드는 것”며 “현재 약 10% 고객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마켓에 따르면 초개인화 기술이 적용된 고객의 경우 클릭효율(CTR·열린 페이지 수 대비 클릭 수)이 기존보다 20% 늘었고, 노출되는 상품 수도 15배 증가했다.

G마켓은 지난 3월 모바일 앱에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했다. 사진 G마켓

G마켓은 지난 3월 모바일 앱에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했다. 사진 G마켓

클릭 20% 늘고, 노출되는 상품도 15배 늘었다

롯데온도 이달 5일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손잡고 ‘추천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구통계학적 자료와 검색 데이터, 구매 상품에 대한 반응, 장바구니 내역 등 구체적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한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기존 개인화 모델이 청바지를 구매한 고객에게 다른 청바지를 추천하는 수준이었다면, 초개인화는 ‘흰색’ ‘레이스’ ‘블라우스’ 같은 색깔이나 형태 등 보다 디테일한 관심사를 파악해 상품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롯데온은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손잡고 '추천 AI서비스'를 도입했다. 사진 업스테이지

롯데온은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손잡고 '추천 AI서비스'를 도입했다. 사진 업스테이지

1260만 가지 조합 중 한 가지 제품 만들기도

공산품의 대명사 격인 화장품 업계에서도 초개인화 시도가 활발하다. 코스맥스는 지난 3월 맞춤형 화장품 플랫폼 ‘3WAAU(쓰리와우)’를 론칭했다. 홈페이지에서 일대일 문진 후 1260만 가지 조합 중 단 하나의 레시피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개인마다 다른 처방이 24시간 내에 조제돼 배송된다. 현재는 샴푸·트리트먼트 등 헤어케어 제품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향후 기초 화장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코스맥스는 맞춤형 화장품 플랫폼 '3WAAU'를 론칭하고 1:1 문진 후 1260만가지 조합 중 하나의 상품을 조제해 제공한다. 사진 코스맥스

코스맥스는 맞춤형 화장품 플랫폼 '3WAAU'를 론칭하고 1:1 문진 후 1260만가지 조합 중 하나의 상품을 조제해 제공한다. 사진 코스맥스

초개인화는 그간 대량생산으로 비용을 줄이는 ‘규모의 경제’로 성장해왔던 유통 업계가 공급자→소비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밀한 타기팅(표적화)으로 기업이 소비자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가 핵심”이라며 “다만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갇히는 에코 챔버(같은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는 공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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