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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감자칩은 3480원, 여긴 890원 동결…'물가 사수' 이 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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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원자재부터 생필품·식대까지 모든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올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유통 업계가 선보이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판촉 비용과 중간 유통마진 등을 뺀 PB 상품이 ‘인플레이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매장에 진열된 롯데마트의 PB상품 '오늘 좋은'. 사진 롯데마트

매장에 진열된 롯데마트의 PB상품 '오늘 좋은'. 사진 롯데마트

1일 중앙일보가 최근 1년 새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주요 PB 상품 가격 추이를 일반 제조사 브랜드, 통계청 물가상승률과 비교했더니 PB 상품은 가격을 동결했거나 인상 폭이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에서 ‘노브랜드 감자칩’(110g)이 890원으로 지난해 4월과 같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감자칩 스낵 중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프링글스’(134g)의 경우 이마트 판매가가 지난해 4월 3180원에서 1년 새 3480원으로 9.4% 올랐다. ‘노브랜드 라면한그릇’(5봉) 역시 1980원으로 지난해와 가격이 같았다. 농심 ‘신라면’(5입)의 이마트 판매가가 3620→4100원으로 13.2%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홈플러스의 ‘이춘삼 짜장라면’(128g·4입), ‘홈플러스시그니처 국산콩 무농약 콩나물’(300g), ‘심플러스 고소하고 담백한 두부’(300g) 등도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의 대표 PB 상품인 ‘오늘좋은 미네랄워터ECO’(2L·6개들이)의 경우 지난해(제품명 ‘온리 프라이스 미네랄워터ECO’)부터 현재까지 가격 변동 없이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제주삼다수의 롯데마트 판매가는 5880→6480원으로 10.2% 상승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생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2%와 같은 수준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커머스 업계도 PB 상품으로 ‘물가 사수’에 나서고 있다. 쿠팡의 일부 가공식품 PB는 지난해 4월 대비해 되레 가격이 내렸다. 베스트셀러인 ‘곰곰 우리쌀떡국떡’(700g)과 ‘곰곰 담백한 베이컨’(130g·2개들이), ‘곰곰 신선한우유’(900mL·2개)는 각각 29.8%, 23.5%, 13% 가격을 인하했다. ‘곰곰 국산콩부침두부’(170g)는 1년 새 1950→1620원으로 16.9% 내렸다. 반면 통계청이 밝힌 같은 기간 가공식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9%였다. 두부는 5.3%, 우유는 8.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PB 제품은 제조 업체 중심의 내셔널 브랜드(NB) 가격의 적정 또는 최저 수준을 알려주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며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이런 PB 상품 비중이 30%를 크게 웃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IQ에 따르면 유럽 식료품 시장에서 PB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특히 스위스에선 PB 상품이 전체 식료품의 절반 이상(51.6%)을 차지한다. 가격은 일반 상품 대비해 30~50%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내에서도 가격 경쟁력에다 유통 업체가 브랜드 인지도 관리를 위해 품질 관리를 까다롭게 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마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트 PB 상품이 인기를 얻자 같은 카테고리의 내셔널 브랜드 제조사에서 먼저 ‘할인 행사를 하자’고 연락이 올 정도”라며 “품질 좋고 저렴한 PB 상품이 늘어나면 소비자에겐 혜택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연·최선을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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