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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성수동에서만 43개…‘핫플=팝업 특구’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주를 테마로 하는 컬럼비아부터 문방구 콘셉트로 굿즈를 선보인 누누씨, 데뷔 15주년을 맞는 아이돌그룹(샤이니)까지-.

지난 주말(9~1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들이다. 규모가 작은 팝업까지 세어보니 43개였다. 서울숲 근처에서는 샤이니의 팝업 스토어에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조금 더 지나니 붉은색 간판이 인상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의 팝업이 열리고 있다. ‘팝업 핫플’로 꼽히는 연무장길에선 세 집 건너 한 집이 팝업이다. 팝업 전성시대라는 말이 실감 난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 성수동의 한 팝업 스토어. 건물 위에는 인근에서 열리는 까르띠에의 팝업 스토어 광고가 붙어있다. 유지연 기자

지난 10일 찾은 서울 성수동의 한 팝업 스토어. 건물 위에는 인근에서 열리는 까르띠에의 팝업 스토어 광고가 붙어있다. 유지연 기자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열렸다 닫히는 매장…20·30대 업고 비약 성장

팝업은 짧게는 3일, 길게는 한두 달 열어 이목을 끌고, 기업(브랜드)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던지고 사라지는 임시 매장이다. 국내에서는 2009년 유니클로·시리즈·구호 등의 패션 브랜드가 먼저 시작한 ‘신문물’이었다. 이후 10여 년, 팝업은 이제 패션을 넘어 식음료‧일상용품‧기업 홍보까지 활용되는 중요한 마케팅 도구가 됐다.

흥행을 뒷받침한 것은 소셜미디어와 젊은 세대다. 어딘가 방문해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에 올릴 콘텐트가 필요한 20·30대들이 단골손님이다. 팝업을 내면 이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준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열린 수제 맥주 브랜드의 팝업. 약 5만명이 다녀갔다. 사진 제주위트

지난달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열린 수제 맥주 브랜드의 팝업. 약 5만명이 다녀갔다. 사진 제주위트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노션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키워드 언급량은 2021~2022년 사이 115만5801건에 달했다. 지난 2011년 9801건에서 117배 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팝업스토어 해시태그(#) 게시물이 44만개 올라와 있다. ‘플레이스 아카이브’ ‘헤이팝’ 등 매번 바뀌는 팝업 스케줄을 알려주는 팝업 알리미 계정도 등장했다.

브랜드 팬 만들기, 옥외광고 역할도  

전시 공간부터 게임·포토부스 등 체험형 공간, 카페·식당형까지 형태도 다양해졌다. 다만 목적은 ‘집객(사람 모으기)’ 한 가지다.

부산 전포동에서 열린 '가나초콜릿하우스' 팝업 스토어 전경. 사진 프로젝트렌트

부산 전포동에서 열린 '가나초콜릿하우스' 팝업 스토어 전경. 사진 프로젝트렌트

무엇보다 팝업은 밀도 높은 브랜드 경험 공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TV의 30초 광고가 대중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작업이라면, 팝업은 길게는 한 시간씩 머물면서 브랜드의 A부터 Z까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4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가나 초콜릿 하우스’ 팝업은 한 달 운영 기간 2만여 명이 방문했고, 평균 체류 시간이 90분을 넘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대형 팝업은 ‘옥외광고’ 역할도 한다. 지난해 성수동에 들어선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성수동에 오면 꼭 들러야 할 ‘핫플레이스’가 됐다. 실제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보다, 밖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더 많다. 업계에서는 수십억원의 예산으로 수천억원대 광고 효과를 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팝업 스토어는 그 자체로 옥외 광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진 디올

팝업 스토어는 그 자체로 옥외 광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진 디올

이슈 몰이, 매출 10억은 덤   

유통 업체들은 이런 팝업의 집객 효과를 활용해 인근 매장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250여 회의 팝업을 개최했다.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보다는 주로 슬램덩크(만화), 데못죽(웹툰), 유튜버 다나카, 가수 영탁 등 캐릭터(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팝업으로 대중적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희석 현대백화점 영패션팀장은 “매출보다는 이슈 만들기가 목적이지만, 최근에는 데못죽이나 슬램덩크 팝업이 굿즈 판매로 각각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과도 나고 있다”며 “젊은 신규 고객이 주로 오고, 팝업 인근 매장의 매출이 일반 백화점 대비 최대 7배까지 늘어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의 경우 '집객'을 위해 콘텐트를 강화한 팝업을 열고 있다. 지난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유튜버 다나카 팝업 현장. 사진 현대백화점

유통업체의 경우 '집객'을 위해 콘텐트를 강화한 팝업을 열고 있다. 지난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유튜버 다나카 팝업 현장. 사진 현대백화점

상승하는 비용, ‘묻지 마 팝업’도 횡행

다만 지나치게 자주, 많이 열리는 팝업에 신선도·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품을 진열하고, 포토월을 마련하며, 관련 상품을 나눠주는 등 브랜드만 다르고 형식이 비슷한 형태가 양산되면서다. 한 홍보 업계 관계자는 “요즘 신제품을 내면 홍보 매뉴얼에 팝업 스토어가 대부분 포함돼 있을 정도로 일단 열고 보는 ‘묻지 마 팝업’이 많다”고 귀띔했다.

온라인 브랜드의 경우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기 위해 팝업 스토어를 활용한다. 무신사 뷰티 프래그런스 바 팝업 스토어 현장. 사진 무신사

온라인 브랜드의 경우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기 위해 팝업 스토어를 활용한다. 무신사 뷰티 프래그런스 바 팝업 스토어 현장. 사진 무신사

그러기엔 비용은 치솟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성수동 기준 33㎡(약 10평) 하루 대관비는 100만~150만원 사이다. 여기에 인테리어·운영비를 더하면 한번 팝업에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는 “팝업을 여는 목적이 확실하지 않은 채 ‘팝업을 위한 팝업’만 많아지다 보니 소비자들도 비슷한 패턴에 싫증을 낸다”며 “곧 자정 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팝업 중개 플랫폼 스위트스팟의 김정수 대표는 “성수동에서만 한 달에 100여 개의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데, 기획이나 공간으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점점 성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온라인에 올라간 이미지를 통해 집객이 되는 식으로 온·오프 연계, 확산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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